여름의 첫 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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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조금 넘은 시각, 경민의 어머니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오늘 점심 메뉴는 김치찌개란다. 나중에 밥이랑 같이 먹어."

"엄마 오늘 어디 가나?"

"친구들이랑 시잔에 놀러 갈라고."

"엥? 그럼 투표는?"

경민의 물음에 엄마는 뒤돌아 서서 경민을 보더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안할래."

"뭐어?!"

"한번 정도는 빠져도 돼. 안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

맞는 말이다. 안해도 세계가 멸망한다는 것도 없으니. 그래도 경민은 이게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 뭔 날이냐?"

거실에서 폰 게임 하고 있던 미국이 물었다.

"오늘 대한민국 지방선거 하는 날이거든. 대통령 선거일보다는 덜 중요하지만 그래도 시민이라면 꼭 해야 하는 건데...."

"그럼 그냥 내비 둬. 너네 엄마 말처럼 그거 안해도 나라가 멸망하는 것도 아니잖아."

"뭐?"

"...."

목에 힘을 준 경민의 낯게 깔린 목소리에 미국은 잠시 한 말을 잃었다. 경민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았다. 10시 반, 하지만 폰 배터리가 30퍼센트 밖에 없어 충전할 시간이 필요했다. 경민은 선거 홍보지를 꺼내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와아... 많다... 이게 다 선거 홍보지야?"

옆에서 온 캐나다가 다가와 홍보지를 보았다.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거니까 신중하게 고르려고."

"시간이 아깝다. ㅋ"

"닥쳐, 돼지."


- 경민이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먹은 뒤 -


"난 얘가 맘에 드네."

미국이 파란색 홍보지를 들었다.

"어차피 너네는 한국인 아니잖아. 투표권 없어."

"알아, 그냥 골라보는 거야."

캐나다가 말했다. 그렇게 경민은 홍보지를 하나하나 훏어보았다.

"넌 누구 뽑을 거야?"

"너희들한테는 안말할 거다."

"뭐야, 신비주의자-"

"다시 한번 더 깝치다간 네 얼굴에 죽빵 날린다, 미국."



- 그렇게 다시 12시가 되었네, 짹짹짹 -

"오늘 점심 메뉴가 뭐야?"

호주가 물었다. 

"김치찌개...가 있긴 한데 즉석 함박 스테이크도 있음, 즉석 스파게티 2종류 있으니까 그거 먹어도 되고."

"아싸!"

경민은 영국을 발견했다.

"아저씨는 뭘 드실래요?"

그러자 그는 작게 한숨을 쉬며 "김치찌게는 많이 먹었으니 이번에는 새로운 걸 도전해보마."라며 즉석 까르보나라 치즈 스파게티를 선반에서 꺼냈다.



모두가 각자의 식사 방법으로 끼니를 해결한 오후 12시 30분.

경민은 지갑과 안내문, 폰을 손가방 안에 넣었다. 그리고 옷을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프랑스를 포함한 파이브 아이즈 4개국을 제외한 미국과 영국도 밖에 나갈 채비를 마쳤다. 그렇게 자본주의 3총사는 건물에서 나와 밀양초등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미국이 말했다.

"진짜 후진 동네네...."

"당연하잖느냐, 밀양은 한국의 마지막 도시이니."

"그래도 아파트 단지는 정말로 크네요. 이름은 서로 다르지만."

"청구아파트는 '청구'라는 이름의 건설회사가 만든 아파트인데, 그 회사가 망하고 '대우'라는 이름의 건설회사가 인수해서 또 다른 아파트를 지었거든. 그게 바로 대우아파트인데, 건설된 지 30년은 족히 넘었지. 그래도 방 3개에 화장실 2개라서 살만 한 곳이잖아."

Dream Catcher: The Growing Positive Theory of Mental IllnessTempat cerita menjadi hidup. Temukan seka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