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 하아..."
회색빛의 작은 방, 한 성인 여자가 컴퓨터 책상 앞에 안은 채 자신의 왼손을 얼굴에 가까이 대고 손의 냄세를 맡았다. 마치 어떠한 물건의 냄세를 맡고는 "하아" 숨을 내쉬었다.
"...."
최근 들어 마이트가인과 함께 하는 시간이 없었던 경민은 일본 철도청의 간부 직원인 '타쿠야'에게 그에 대한 소식을 오늘 들었다.
'최근 그 녀석도 많이 바빠요. 아이들을 접대해 주느라 쉴새 없이 일하던 걸요.'
"....."
경민은 그런 뉴스가 내심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 없이 심심해 했을까 싶어 걱정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젠 나 없이도 잘 살겠지.
"...."
경민은 고개를 내려 모니터 앞 키보드를 빤히 쳐다보았다.
"...."
마치 생각에 잠긴 듯한 경민의 눈에는 슬픔이 서려 있었다. 날 잊었겠지...
결국 경민은 그를 찾아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스마트 워치와 여권, 목검, 폰과 지갑을 가방에 넣어 챙기고 일본으로 향했다.
"...."
일본 철도 박물관에 도착한 경민은 서둘러 번역기 앱을 실행시켜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마이트가인을 만날 수 있겠냐라는 경민의 물음에 여직원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들어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민의 왼쪽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를 보더니 황급히 카드키를 들고 경민을 안내했다.
"지이잉, 스르르르르르르....."
전시관을 지나 길고 큰 터널을 지나 도착한 곳에 자신의 오래 전에 만나고픈 로봇이 있었다. 마침 그는 지금 어느 과학자와 일본어로 진지한 대화하고 있었다.
"마이트가인."
익숙한 목소리에 거대 로봇은 고개를 나래로 내렸다.
"...경민?"
".......한동안 안와서... 미안해..."
경민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거대 로봇은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오랜 만이야, 경민아."
"그 동안 바빴나 보네?"
"...조금은... 가족들이랑 캠핑도 가고... 선생님이랑 데이트도 하고... 물론 평일엔 일도 하고 운동도 하느라 바빴지만."
"그렇구나..."
"..."
그런 그를 본 경민은 이렇게 말했다.
"...넌 늘 밝네."
"음?"
마이트가인은 경민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까 타쿠야한테 네 이야기 들었어. 요즘 어린이들 상대하느라 바쁘다며?"
"어? 응... 그렇지. 그래도 아이들 웃는 모습을 보면 내심 기쁘기도 하고 그래. 그래도..."
말끝을 흐리는 그의 말이 경민은 의아했다.
"너 없으니까 왠지 심심하더라."
"....."
마이트가인의 말에 경민은 고개를 떨구었다.
"...미안해..."
"응?"
"한 동안 안와서..."
경민의 말에 그는 괜찮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 너도 바빴을 거잖아. 나도 내 일이 있듯이, 너도 네 일이 있으니까. 지금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잖아. 맞지?"
"...그렇긴 한데... 그래도 문득 지금 떠올려 보니까... 내가 너한테 신경을 전혀 안쓴 것 같아서..."
"...."
"화... 난 건... 아니지...?"
경민의 말에 마이트가인은 한숨을 쉬었다.
"화.... 난 거야?"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가. 내가 왜 너한테 화를 내? 넌 내 유일한 팬인데 내가 너한테 화를 낼 이유가 없잖아. 안그래?"
"...그렇긴 하지만... 내가..."
"...!"
마이트가인은 놀랐다. 고개를 떨군 경민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널 버린 것 같아서..."
"...."
"신경은 쓰고 있었는데.... 미처 너한테 안간 게 너무 미안해서...."
그리고 경민은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마이트가인..."
"...."
울기 시작한 경민을 본 그는 자신의 손을 조심스럽게 경민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경민아."
"..."
"나는... 네가 날 버렸다고 생각 안해."
그러자 경민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사람마다 각자 사정은 있을 거니까. 너도 사람이잖아. 너도 너대로 사정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렇지만..."
"오늘도 가족이랑 시간 보낸다고 바빴다며? 나도 오늘 중요한 일 있어서 바빴거든. 각자 일이 있으니까, 그땐 시간 내기도 어려울 거잖아."
"..."
"그리고 나는 널 미워하지 않아. 알지? 그러니까 괜히 그런 거에 미안해 하지 않아도 괜찮아."
"...."
"그리고... 오늘 와줘서 정말 고마워, 경민아."
그의 미소에 경민은 눈물을 닦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슬슬 들어가 봐. 내일 일하러 가야 하잖아. 그리고 나도 일해야 하고."
"...응..."
"어서 가. 가족들 기다리겠다."
"고마워... 마이트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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