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글: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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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두운 밤 속에서

그 어떤 위로도 되지 않겠지.

그럼 그냥 나랑 같이 있자.

내가 네 옆에 있어줄게.

말 없이 포옹하는 것도 괜찮고

그냥 시시콜콜하게 수다 떠는 것도 괜찮으니까.



***



난 지극히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아주 조금의 어둠으로 인해 마음이 끝 없이 무너져 내릴 때, 그땐 조금은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무도 없을 때 이 마음은 우수수 부서져 무너진다.

난 이러한 경험을 수십 번이고 경험했다.

지금도 나는 집 안에 혼자 있는 게 싫어 왕궁 밖 해변가를 걸어다녔다.

"...."

과거는 며칠 전에 묻어두었다.

글만 쓰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음은 여전히 이 밤 속에 우두커니 혼자 서 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알았다.

이 '기분 장애'라는 질병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젠장, 나 자신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저 참담했다, 내 마음이, 내 정신이, 그저 밑도 끝도 없이 무너져 가는 나 자신이.

그렇다고 실제로 누군가에게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말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음은 쉬고 싶다고 말하는데 그러기엔 2달이라는 긴 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젠장, 이게 아니잖아.

나는 답답함에 앞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마리에게 말을 걸어볼까 싶다가도 그 아이가 내 말을 이해 못하면 어떡하나 싶어 두려움이 앞선다.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할 어둠을 가지고 있는 나로선 선뜻 어느 누구에게도 이 슬픔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이해 받지 못할 게 두려워서, 관심 못받을 게 두려워서 사람에 대한 이 공포가 나를 휘감아 돈다.

어둠의 정령인 내가 이리도 어둠을 무서워 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이냐만서도, 어차피 이건 어둠이 아니라 '우울'이라는 감정이라는 생각에 다소 안심이 되었다. 

이 슬픔을 말할 용기가 조금 생긴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육지로 올라오기 위해 애를 쓰며 올라왔다 물러갔다 하는 저 파도처럼.

나는 왕궁으로 돌아갔다.



왕궁으로 돌아온 나는 아버지를 만났다.

그리고 선뜻 그 슬픔을 말해보았다.

그리고 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기다렸다.

아버지를 찻잔을 들고 차를 홀짝 마시더니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역시 가시려나 싶다가 아버지가 내게 다가 오시더니 말 없이 스르륵 안아주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 그 후폭풍이 어마어마할 텐데 너는 그걸 견디고 있었구나. 그래도 나는 네가 참 대견하단다. 끝까지 네 삶을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맙다, 경민아."

그의 말에 나는 슬쩍 눈을 감고 그에게 기대어 보았다.

포근했다. 그리고 따스했다.

이 분이 내 아버지라는 게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제 조금은 느슨해져도 됀단다. 속도를 조금 늦춰도 돼. 내가 옆에서 너와 발 맞춰갈 테니 그 '나아감'을 멈추지 말아다오."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렇게 오전의 햇빛이 나를 비춰주고 있었다.

Dream Catcher: The Growing Positive Theory of Mental Illness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