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Breath of 2022

18 1 0
                                    


과거를 뒤돌아 보았다.

나에겐 금지 구역이었던 시절.

그 시절에서의 나는 울고 있었다.

지금의 내가 천천히 그 시절의 나에게 다가갔다.

그러다가 멈춰섰다.

"...."

내가 과연 그 슬픔을 삼킬 수 있을까.

만약에 삼킨다고 하더라도...

"...."

나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다가가 몸을 최대한 낮췄다.

"안녕, 아가."

"..."

"괜찮니?"

"..."

나는 그 아이를 보았다. 여전히 눈물 범벅인 아이의 얼굴.

"...안괜찮아도... 괜찮아..."

"...."

"오빠가 너한테 너무 모질게 구면 너도 오빠한테 하지 말라고 해."

"..."

"오빠가... 그래도 너를 모질게 구면 엄마한테 일러도 돼. 형제 자매들 간에는 싸워도 괜찮아. 다만 화해하는 것도 중요해."

"...."

아이가 나를 보았다.

"엄마가 많이 바쁘셔서 집에 잘 안들어 오지? 오빠 때문에 많이 괴로운데 말야."

"....."

"많이 힘든 거 알아... 하지만 엄마도 많이 미안해 하실 거야. 너희 아빠도... 널 두고 먼저 가서 많이 미안하대."

"...."

아이는 계속해서 나를 쳐다 보았다.

"넌 나쁜 아이가 아니야. 그냥... 아무도 너의 장점을 몰라주는 것 뿐이야."

"...."

"버티라고는 말 안할게. 그냥.... 너 자신을 강하게 표현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나의 말에 아이는 두 눈을 꿈뻑였다.

"넌 극복해낼 수 있어, 이 아픔을. 그러면 너의 장점이 더욱 강해질 거야."

"아줌마는... 누구세요?"

아이가 물었다.

"나?"

나의 말에 아이는 눈물을 옷 소매로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18년 후의 너란다, 아가."

"내가...? 아줌마처럼 되요?"

"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어. 다만 그게 무엇인 지 모를 뿐이지."

"아줌마는... 사회복지사에요?"

" 그렇단다."

"우와!"

아이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세상은 네가 바라던 대로 되지 않지만 네가 행동하는 대로는 이뤄진단다. 그리고 그 행동은 네가 바라던 대로 이뤄지지. 세상은 소망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란다."

"...그러면요?"

"네가 네 상황을 바꾸려면 네 소망대로 네가 행동해야 해. 하지만 너무 큰 것부터 무작정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학교 선생님이랑 얘기하거나. 아니면 글을 써도 돼. 네가 원하는 대로 작은 것부터 시작해. 그러면 늦지 않고 네 목표에 도달할 수 있어."

"아줌마는 해외에서 자원봉사도 해요?"

"그렇진 않단다. 하지만 네가 열심히 영어를 배운다면 얘기는 달라지지."

"..."

"넌 네 장점에 강한 아이잖아. 그렇지?"

"네."

"그러려면 약간의 대담함도 있어야 해. 기회를 잘 쟁취하는 자가 그에 준하는 성과를 얻으니까."

"네!"

"그러면 도서관으로 가. 거기서 네가 원하는 답을 얻길 바란단다."

"감사합니다!"

아이는 밝은 미소로 뛰어가 도서관으로 향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보았다. 씩씩

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내가 한 일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청명했다.

"...."

그때였다. 불길한 느낌과 함께 어두운 기운 덩어리가 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

수 천번, 수십 만번이나 마주했던, 익숙하고도 익숙한 그 어둠. 그것은 '절망'이었다. 나는 뒤돌아 섰다. 그때였다. 그 기운에게서 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련 없어?"

"..."

미련...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젠 등돌리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니까.

"네 멘탈이 약해지면 나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거야. 감당할 수 있겠어?"

"...감당하느냐 마느냐에 따라선... 나의 정신력에 달려 있겠지."

"네 정신력이 약해지면 난 다시 너를 괴롭힐 거야. 그래도... 상관 없어?"

"아직은 내 앞날은 정정해. 과거에 대한 평가는 내가 늙고 죽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아."

"나를 영원히 극복할 수 없대도?"

"....그 어둠을 떠올리려는 거 자체가 어리석은 게 아닐까?"

"..."

"역경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어. 특히 너 같은 과거가 내 발목을 붙잡았지. 하지만 하룻 밤이 지나면 넌 언제든 내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고 말아."

"...."

"그래서 난 매일 하루마다, 그 밤이 지날 때마다 내일이 하루보다 더 나아지길 기대하는 거야. 과거는 이제 지났고 나를 기다리는 건 행복한 미래 뿐이니까. 네가 날 나락으로 떨어뜨린대도, 난 매일 아침마다 태양처럼 떠오를 거야. 네가 날 뭐라고 하든, 안하든."

"..."

"그 기나고 기나긴 7개월 동안 난 깨달았어. 이제 더 이상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지 않을 거야. 내 두 다리는 멀쩡하고 내 멀쩡한 두 팔과 두 손으로 나는 뭐든 지 할 수 있으니까. 누군가가 그랬어. 자유로운 인간은 필연적으로 불확실하고 불안정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 인간들이, 이 인류가 자신들의 절망스런 상황에서 꽁 박혀 지내기만 할 생물은 아니잖아? 돌파구는 언제든 있어. 그게 빙 돌아가서 가야 할 길이라도 마음만 단단이 먹는다면 그깟 길쯤이야 언제든 돌파할 수 있어. 그게, 인간이고, 사람이야. 역경, 넌 절대로 날 이길 수 없어. 절대로."

나의 말에 검은 기운은 잠잠해지더니 또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넌 완벽해질 수 없는 거야, 박경민."

"완벽은 우리가 늘 바라던 일이지. 하지만 도달할 순 없어. 인간이 100%가 되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신이니까."

"...."

"우린 태양이 늘 우리와 함께 하길 바라지. 하지만 그럴 순 없다는 걸 인간들은 잘 알아. 역경이 있어야지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공감 능력도 배우고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우정과 사랑을 배울 수 있어. 우리가 바라는 건 무고한 사람들이 이유 없는 고통을 받지 않길 바랄 뿐이야. 난 그런 세상을 원해."

"..."

"절망이여, 너는 우리를 이길 수 없어. 왜냐면 넌 절대로 영원하지 않으니까."



***



현재로 돌아온 나는 눈을 떴다.

"잘 돌아왔다."

브라이트가 말했다.

"아이는 잘 다독인 것 같군."

안드레이가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담력은.... 역시 그 계집의 몫이겠지."

알베르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뭐, 됐다. 그 정도인 게 어디겠니."

브라이트의 말에 안드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아, 이제 가야겠지?"

안드레이의 말에 나는 궁금해졌다. 어디로요?

"네가 원하는 목표로 말이다. 잊지 않았잖니."

아, 맞다. 그랬었지. 나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는 않을 거야. 중간에 울어도 난 모른다?"

알베르트가 키득거렸다. 나는 싱긋 웃었다.

"이제 너만을 위한 미래를 시작하자꾸나. 네가 먼저 가거라. 네 미래이니까. 우린 너를 뒤 따르마."

"네."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2023이란 숫자가 적힌 대문 앞으로 갔다. 나는 뒤를 돌아 보았다.

"..."

그리고 나는 다시 대문 앞을 보았다. 그리고 문 손잡이를 잡아 아주 대담한 담력으로 대문을 열었다.

그리고 열리는 문으로 환한 빛이 새어나와 나를 비추었다.

Adios, 슬픔이여.

Hola, 미래여.

Dream Catcher: The Growing Positive Theory of Mental Illness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