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했습니다.”
길을 안내해 주던 아셀은 마법부 회의장 문 앞에 도착하자 아까 약속한 대로 뒤로 세 걸음 물러섰다.
그래봤자 얼마 되지 않는 거리라 여전히 가깝긴 하지만, 한 몸처럼 붙어 있던 아까보다는 훨씬 나았다.
[마법부]라고 적힌 팻말을 힐끔 훑은 나는 힘차게 문고리를 돌렸다. 그러자 굳게 닫힌 단단한 금색 문이 천천히 틈을 보였다.
열린 문 사이로 널따란 내부가 펼쳐지며 좁은 시야를 한가득 메웠다. 그리고 곧 선명히 눈 안에 들어온 황당한 광경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저게 다 뭐야?!”
회의실 중앙에 위치한 커다랗고 넓은 탁자 위에는…… 무언가가 널브러져 있었다.
남성의 특정 부분을 노골적으로 연상시키는 난감한 기구(?)들이 여기저기, 심지어 아주 잔뜩 말이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면…….
“저건 딜-”
텁.
아셀의 친절한 입이 열리기 무섭게 나는 그의 입을 다급히 틀어막았다.
당신에게 부끄러움이라곤 일말도 없나 본데, 나는 있거든? 그러니까 단어 조심합시다, 우리…….
위이잉-
수많은 그것 중에서도 끊임없이 빠르게 진동하는 붉고 긴…… 그것이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시선을 빼앗다 못해 고막마저도 힘차게 때렸다.
감당할 수 없는 이 극악무도한 상황에 말을 잃은 순간, 백이강이 당부한 말이 빠르게 뇌리를 스쳤다.
‘그놈들을 가까이하지 마. 위험하니까.’
“잠깐, 그럼 설마 ‘위험하다’라는 말의 뜻이…….”
몸 쪽으로…… 막, 그렇고 그런 의미였어?
백이강, 이 망할……! 이런 중요한 건 제발 좀 미리 말해달라고!
“아셀, 하나만 묻죠. 혹시 황실 마법사들…… 변태예요?”
절로 떨리는 목소리가 아연하게 흩어졌다. 안 그래도 넓은 마법부 회의장 내에는 내 불안에 찬 목소리와 ‘그 기구’의 남사스러운 진동 소리만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저는 그분들과 말을 나눈 적이 없습니다. 다만…….”
“……다만?”
아셀의 말끝이 아득하게 무너졌다. 왜인지 불길한 기분에 사로잡힌 나는 눈치도 없이 윙윙, 진동해 대는 그것을 흐린 눈으로 쳐다보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 마법사들이랑 친해지기에 지금은 역시 너무 이른 것 같단 말이지.
원작이 시작도 안 했는데 너무 급했어.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돌아가고 나중에, 나중에 오는 거야.
아주 나중에…….
“……아닙니다, 괜찮으실 겁니다.”
“괜찮긴 뭐가…… 아셀, 저 광경을 보고도 그런 태평한 말이 나와요?”
지금 의지와 상관없이 마구 흔들리고 있는 내 불쌍한 눈동자가 안 보이냐고요. 나 지금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거든?! 그것도 아주 많이!
“그렇게 나쁜 분들은 아니십니다.”
“대화해 본 적도 없다면서요?”
“멀리서 뵌 적은 있습니다.”
야, 이……! 멀리서 본 것만으로 나쁜 인간들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황실 마법사들은 원작에서는 그냥 감초 역할로 나온 단역 조연들이라 이렇다 할 정보가 없었다.
피엘에게 명령을 받아서 흑마법 검출 마석을 만들 때나 잠깐 나올 뿐, 그들의 등장은 그게 다였다.
“저기, 아셀?”
“예.”
“사람들은 그런 걸 두고 ‘모른다’라고 하기로 했어요.”
“……죄송합니다.”
뿌득, 분노로 이가 갈렸다. 법랑질이 마찰하는 특유의 소리를 들은 아셀은 데구루루 눈동자를 굴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