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황자의 새가 황실 마법사들 근처에서 자주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새가 있던 곳마다 약간의 오차를 두고 청도운님이 계셨습니다.”
이강의 귀로는 아셀의 보고가 흘러드는 중이나, 이강의 눈은 오직 도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 덕분에 이강의 눈과 귀만 바쁠 뿐이었다.
가장 큰 사이즈의 넓은 소파임에도 불구하고 도운의 덩치가 워낙 큰 탓에 소파가 작아 보였다.
소파의 양쪽 팔걸이에 빨래 널듯 대충 걸쳐진 도운은 머리만 소파 위쪽에 비쭉 솟아 있는 우스운 자태로 잠들어 있었다.
“새라…… 그 마수를 말하는 건가? 그렇다면 켄 말대로군. 2황자가 청도운을 감시할 거라더니.”
아셀의 말을 느릿하게 곱씹기도 잠시, 도운의 흑갈색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매만지던 이강은 슬그머니 인상을 찌푸렸다.
미리 들었던 정보이기에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불쾌감이 드는 것은 별개의 일이었다.
두문불출하는 마수 하나를 잡겠다고 황궁에 돌아다니는 새들을 전부 잡아 족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짜증은 두 배가 됐다.
“2황자의 심복이 최근 독초 정원을 자주 드나들고 있습니다. 근래의 화재 관련 이슈로 보안이 해이해진 틈을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명령받은 독초 외의 다른 것도 함께 채집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독초 정원이 불에 탔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전부 타버린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그곳은 워낙 중요하니만큼 마력을 이용한 특수 설비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아무리 큰불이 나도 심한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황족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이는 극비 사항이기에, 도운과 켄을 포함한 모두가 황실 사유지가 홀라당 타버린 줄로만 알고 있던 것이었다.
“종류는?”
“확실하진 않으나, 미세하게 달콤한 향이 남은 것을 보아 ‘아킬라’일 확률이 높습니다. 적중률은 95% 정도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독초 ‘아킬라’, 극소량만 섭취해도 즉사에 이를 만큼 독초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풀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데르지오 황족들이 섭취하며 그들이 독에 대한 내성을 갖도록 도와준 대표적인 독초이기도 했다.
다만 체질에 따른 부작용이 사람마다 심하게 다른 탓에 사망하는 이의 수가 지나치게 늘어나자 결국 선선대부터 아킬라를 이용한 내성 기르기가 중단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아킬라의 재배도 자연히 금지되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아킬라는 독초 정원에 있을 수 없었고, 있어서도 안 되는 금단의 풀이었다.
하물며 독에 내성이 있는 황족마저 죽일 수 있는 위험한 풀이니만큼 그 존재는 예민하게 다뤄졌다.
“아킬라는 독초 정원에 없다. 표면적으로는 그래야 하지.”
“안쪽까지는 접근이 어려워 보지 못했습니다만, 온실 깊숙한 곳에 있음을 감히 확신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독초 정원은 데르지오 황실에서 오직 그들 자신만을 위해 만든 체계였다. 그렇기에 명을 받은 자나 황족 본인이 아니면 정원이 있는 거대한 온실에 함부로 드나들 수 없었다.
“내가 가보지.”
“하오나 전하, 지금은…….”
아셀의 말끝이 흐려지자 금세 그 이유를 눈치챈 이강의 미간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건국제가 코앞인 지금은 황태자인 이강에게 가장 이목이 쏠리는 시기였다. 하물며 황제조차 나날이 강해지는 이강의 권력을 경계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한낱 귀족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쯧, 노렸군.”
극소수의 허락된 자들만, 그리고 정해진 기간 외엔 절대 출입할 수 없는 황실의 비밀스러운 뒷세계. 그곳이 바로 독초 정원이었다.
언젠가 전쟁이 일어난다면 각종 희귀하고 잔혹한 것들로 가득한 독초 정원이 제몫을 톡톡히 할 것이기에, 특히나 조심히 다뤄지는 베일에 싸인 공간이었다.
그런데 지금 감히 그런 곳을 2황자와 그의 심복이 뻔뻔하게 드나드는 중이었다.
이렇게 건국제가 열리는 국가적 행사 시기에는 황태자인 이강이 쉽사리 트집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벌이는 건방진 행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