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4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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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강아, 내가 거기 있는 줄은 어떻게 알았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신기하네. 황태자궁이 얼마나 넓은데, 이렇게 너른 데서 어떻게 그 구석까지 찾아온 거람?

황태자궁은 그 위세에 걸맞게 상당히 넓은 편이었다.

내 위치를 아셀이 알려줬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회의장에서 집무실까지 가는 길은 여러 갈래였다.

무엇보다 조금 전 피엘과 마주친 곳은 복도 끝자락, 모퉁이의 구석진 곳이었다.

그러니 신기한 일이다. 특히 오늘은 그림자도 따라붙지 않아서 내 위치를 알 수 없었을 텐데.

어쨌거나 다음부터는 이 길로 다니지 말아야지…….

“너처럼 생각했다.”

“응? 나?”

“네가 정원에 있는 날 찾아왔던 것처럼.”

그냥, 거기 있을 것 같더라고.

이어지는 나직한 뒷말이 듣기 좋게 귓가를 울렸다. 저 말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와, 너도 내 생각을 하긴 하는구나. 조금 감동.”

“쓸데없는 소리 말고 앞장서.”

앞장서라고? 어딜?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는 어느샌가 백이강의 침실로 돌아와 있었다. 뭐야, 집무실로 가는 게 아니었어?

“너 일 많지 않아? 왜 집무실이 아니라 여기로 왔어?”

“잘 거다.”

“뭐?”

간결하게 돌아온 백이강의 대답에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대낮이었다.

물론 백이강의 숙면에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낮에 자겠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백이강은 내가 놀라는 걸 흘긋 보더니 벌컥, 침실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어서 들어오라며 눈짓했다.

오…… 이거, 굉장히…… 상당히, 엄청나게 불길한데. 무슨 바람이 불었담?

“진짜 잔다고? 지금?”

“그래. 누구 덕에 머리가 아파서 집중이 안 된다. 그만 종알대고 이리 와.”

“어어…….”

백이강은 이제 전처럼 침대를 낯설어하지 않았다.

그를 증명하듯 자연스럽게 침대 위로 몸을 누인 그는 멀대처럼 가만히 서 있던 나를 보며 손을 휘저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나는 주춤주춤 침대로 다가섰다.

다른 바쁜 날엔 내가 아무리 재워준다고 해도 줄줄이 거부하던 놈이…… 당장 내일 건국제를 앞두고 잠을 자겠다고?

딱히 나 때문에 업무를 때려치우고 잠을 자겠다는 건 아닌 듯했다. 애초에 이럴 생각이었던 것 같긴 한데…….

“날 재워봐, 전처럼.”

피로에 물든 보랏빛 눈이 나른하게 나를 향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나는 깊은숨을 내쉬며 손을 올렸다.

백이강의 뺨 위로 손바닥을 갖다 대자 가느다란 눈매가 천천히 감겼다. 그의 얼굴은 늘 그렇듯 차가웠다.

“차가워.”

“난 뜨거운데.”

백이강의 한기는 내 온기를 단숨에 삼켰다. 손안으로 백이강의 온도가 한가득 들어찼다.

“내가 잠들 때까지 가지 마.”

수면 마법을 거는 도중에 들려오는 잠꼬대 비스름한 말소리가 백이강의 입술 사이로 옅게 흘러나왔다.

“응.”

“여기 있어.”

“응.”

나도 모르게 대답하긴 했지만, 음…… 왠지 나에게 하는 말치곤 뭔가 더 애절한 느낌인데.

“안 갈게, 아무 데도.”

“그래.”

내 굳건한 약속에 그제야 만족한 듯, 백이강의 숨소리가 고르게 울렸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