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왠지 모를 답답한 기분에 느릿하게 시야가 열렸다. 껌벅껌벅 멍하니 앞을 바라보니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
……응? 익숙한 천장이라고?
이상하네, 나 어제 내 방에서 잠들지 않았던가? 분명 술 마시다가 깜빡 잠든 것 같은데.
그랬던 내가 어째서 백이강의 침실에 있는 걸까?
무슨 영원의 굴레도 아니고, 어딜 가나 눈을 뜨면 똑같은 장소로 되돌아와 있다.
이게 말로 해서 별일 아닌 것 같지, 실제로 겪어보면 꽤 무서운 일이다.
게다가 익숙한 천장이지만 내 방은 아니라니, 이건 이거대로 퍽 우스운 소리였다. 내 방 천장이 오히려 낯설다는 소리니 말이다.
비현실적인 천장 덕분에 잠이 조금 깬 나는 일어나기 위해 몸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도통 일어날 수가 없었다.
꼭 뭔가 내 몸을 꽉 옥죄고 있는 듯한……. 정확히는 누군가가 내 배 위에 팔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달까.
내게 이렇게나 섬뜩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땅에 단 한 명뿐일 텐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아니나 다를까 백이강이 옆에 누워 있었다.
그것도 눈을 감은 채로 말이다. 꼭 잠이라도 든 것처럼, 나를 끌어안은 채로.
“헙.”
나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켤 만큼 진짜 놀랐다.
막연하게 백이강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예상했다는 이유로 놀라지 않기는 힘들었다.
“뭐, 뭐야? 백이강, 너 여기서 뭐 해?!”
덜컹이는 심장이 진정되지 않은 채로 당황해 소리치자 백이강의 눈이 서서히 뜨였다.
꼭 잠든 사람이 일어나는 것처럼, 여전히 나를 끌어안은 채로.
와아…… 하마터면 잘 자던 사람을 깨운 희대의 나쁜 놈이 될 뻔했네. 저 졸린 듯한 눈 좀 봐! 연기가 많이 늘었어!
기막혀하는 나를 가만히 올려다보던 백이강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면 모르나?”
“그럼 알겠냐? 네가 잠들지 못한다는 걸 뻔히 아는데?!”
당연한 거 아니냐며 반박하자 백이강의 눈이 가느다랗게 휘었다. 그를 보니 절로 몸이 흠칫했다.
저건 백이강이 내 태도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내가 그동안 저 눈빛에 오죽 당했으면 몸이 기억하겠냐.
“누가 어젯밤에 날 두고 혼자 잠드는 바람에 뜬눈으로 밤을 새웠거든. 그래선지 눈이 무겁더군.”
“……크흠.”
뜻밖의 팩트 폭행이 이어졌다. 덕분인지 헛기침이 터졌다.
설마하니 저걸 걸고넘어질 줄이야. 근데 평소에 재워준다고 할 때는 바쁘다고 내치던 인간이, 이럴 때만 안 재워줬다고 성질낸단 말이야.
아주 그냥, 어? 내가 무슨 본인 전용 숙면 기계인 줄 아나 봐!
……뭐,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저 따가운 눈이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게 뻔했다. 그냥 속으로 삼키는 수밖에…….
“그보다 일어났으면 이제 이것 좀 놔.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런 와중에도 백이강의 팔은 여전히 내 배 위에 올라가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거지만, 그거나 그거나.
“왜, 누가 보면 안 되나?”
지금 저걸 말이라고 하나 싶어 그를 허망하게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백이강은 뻔뻔하게도 뭐가 문제인지 정말 모르겠다는 눈으로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따갑게 노려보던 보랏빛 눈이, 지금은 완전히 순한 양의 눈이 되어 있었다.
이쯤 되니 궁금하다. 도대체 저 시꺼먼 남자 안에는 짐승이 몇 마리나 들어가 있는 걸까.
“그럼 아침 댓바람부터 남자 둘이 침대에서 끌어안고 있는 게 말이 되냐?”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