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6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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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본래 계시던 수장께서 퇴사했다던데…… 어느 날 갑자기. 맞아요?”

“네, 맞습니다.”

레지에게 들은 소문을 슬쩍 떠보자 담당자는 맞다며 단번에 호응했다.

“이유가 뭐예요? 퇴사에 ‘어느 날 갑자기’라는 건 솔직히 말이 안 되잖아요.”

따지고 들 이유는 없지만, 굳이 캐묻는 이유는……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불길함 때문이었다.

원작의 전개와 다르게 일어나는 일 중에 ‘갑자기’라는 이유가 등장하면 의심부터 드는 게 사실이었다.

뭔가 말이 안 되는 건 전부 백이강과 엮여 있어서라는 이유도 얼추 맞다.

“하하…… 많이들 여쭤보시는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답은 하나뿐입니다. ‘본인 의사’로 그만두셨어요.”

“음, 그렇군요.”

다른 데서 들은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따분한 대답이 여지없이 튀어나왔다. 진짜 이유를 들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애초에 안 하고 있었던지라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그럼 다음에 뵈어요!”

용무를 마친 담당자는 바쁜 얼굴로 후다닥 사라졌다.

“웃기시네. 본인 의사는 무슨! 이거 완전 누구누구 수법 아니야? 사람 협박해서 자기는 손 딱! 떼고, 아무 일도 없던 척하는……!”

……백이강.

냄새가 난다. 까만 속내가 뜨거운 양초 위에서 지글지글 타는 냄새가.

안 그래도 수장이 날 마법부 회의에 초대한 이유를 여태 못 들어서 내심 궁금하던 참인데, 이렇게 영영 사라져 버리면 난 평생 이 의문을 못 푼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다 보니 답답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직접 물어보면 되지.”

나는 그길로 백이강의 집무실을 찾아갔다. 내가 아침에 여길 나올 때와 크게 달라진 것 없는 풍경이 그대로 나를 맞아주었다.

그나저나 아셀은 어딜 갔길래 날 안 지키나 했더니…….

“청도운 님, 오셨습니까.”

내 자리에 앉아서 업무를 대신 보고 있었다. 저기, 아셀은 무사 아니에요? 왜 문과 일을 시키는 건데.

아셀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길래 나는 그를 보며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이왕 앉은 거, 거기서 좀 더 해요.

이참에 칼 말고 펜을 쥐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백이강.”

아셀을 뒤로하고 곧장 백이강을 향해 걸어간 나는 다짜고짜 그를 불렀다. 감흥 없는 눈으로 지루하게 손을 움직이던 그는 곁눈질로 나를 훑었다.

“마법부 수장 세드릭, 네가 손썼지?”

“그래.”

“아니긴 뭐가 아니야, 거짓말하지…… 뭐?”

“내가 그랬는데.”

뭐, 뭐야, 지금…….

죄를 따지고 들려 했건만, 백이강이 순순히 인정했다. 아니, 이게 이렇게 흘러간다고?

“뭐 문제라도?”

심지어 문제가 있냐며 묻는 백이강은 뻔뻔함이 지나치다 보니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였다.

덕분에 나는 얼빠진 얼굴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게 되었다.

이게 당당할 일…… 이던가? 왜 내가 되레 나쁜 놈이 된 기분이지?!

“아니, 왜……?”

“그 영감은 평소에도 쉬고 싶다 말 많았어. 그게 안쓰러워 주군으로서 청을 들어주었을 뿐이다.”

말은 그럴듯했다. 근데 저게 백이강의 특기라는 게 문제였다. 게다가 저런 식으로 나오면 진짜 이유를 듣기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세드릭 만나게 해줘.”

“내가 왜.”

역시나 싸늘한 답이 돌아왔다. 전혀 관심 없다는 기색을 보아하니 쉽게 들어줄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부딪친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