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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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자고 싶다는 말을 꺼낸 나는 그대로 입을 앙다물었다.

사실 그건 굉장히 흔하디흔한 말이지만 하필이면 지금, 이런 자세로 그 문장을 입에 담자니 썩 부끄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멀쩡하던 뺨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 선연히 느껴졌다. 결국 고개를 돌린 나는 또 한 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오늘은 백이강이 집무실에서 밤을 새우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이유라면… 거창하진 않지만, 백이강을 상대로 실험해 볼 것이 있었다.

뜻하지 않게 백이강의 도움을 받은 이후, 이안에게 성력을 뜯어내는 일이 굉장히 여유롭고 수월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뜯어낸 신성력이 맨 처음 세웠던 목표 수급량보다 조금 여유로운지라, 그 일부를 이용해서 오늘 밤에 백이강이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할 작정이었다.

지금까지는 내 마법을 이용해 강제로 정신을 재운 거라 ‘잤다’라고 하기 어려웠지만, 이번 일이 성공한다면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잠드는 것과 같을 거다.

백이강이 통 말을 하지 않다 보니 지금까지 그 짝퉁 숙면으로 피로가 풀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아마 안 풀렸겠지.

하지만 이번 실험이 성공하면 적게나마 반드시 피로가 풀릴 거다. 누적된 피로가 상당할 테니 단숨에 효과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만큼으로도 호소식에 속했다.

그런고로, 내가 오늘 밤에는 정말 백이강을 재우고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까부터 그의 비위를 살살 맞춰주고 있다는 소리다.

망할 백이강…! 내가 본인을 얼마나 위해주는 줄도 모르고 맨날 애꿎고 선량한 나를 골려먹을 생각이나 하지!

“음, 늦긴 했군. 그럼 오늘은 이 정도로 하지.”

새벽 2시에 가까워진 시계를 흘긋 바라본 백이강은 살짝 고민하는 얼굴을 보이기도 잠시,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퇴근을 선언했다.

“일어나, 청도운. 침실로 간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내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 아니, 이 새끼가?

필립은 떠나는 나와 백이강을 보더니 마무리만 하고 가겠다며 가볍게 인사했다.

어흑, 드디어 이곳을 벗어난다!

백이강과 나는 그대로 집무실을 나와 침실로 향했다. 침실까지는 금방이었다.

백이강이 옷을 갈아입으러 간 사이, 나는 손바닥 위로 옅게 올라오는 성력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꾹 틀어쥐었다.

사실 신성력을 내가 흡수하는 게 아니라 보관만 하다 남에게 이런 식으로 운용하는 건 나도 빙의 역사상 처음이었다.

귀한 힘이니만큼 신중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거 좀 뜯어먹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이던가!

실패한다면 그동안 이안을 만났던 게 전부 무용지물로 돌아간다. 기껏 얻은 성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은 없을 테니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미래를 점쳐주겠다며 덥석덥석 손을 잡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얼마 안 가 이마저도 식상해질 거다.

그러니….

“왜 거기서 찌그러져 있지?”

난폭한 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아보자, 백이강이 평소보다 한층 나른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내가 아무리 침대 끄트머리에 기대어 쪼그리고 있었다지만 사람더러 찌그러져 있다니! 저게 할 말이냐!

하지만 저 망할 성질머리도 진짜 숙면을 통해 피로를 풀고 나면 살짝이나마 나아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자고로 사람은 잠을 못 자면 예민해지는 법이니까!

“얼른 누워.”

백이강은 순순히 내 말을 따라 침대에 몸을 눕혔다. 그가 누운 것을 확인한 나는 슬금슬금 위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 나를 백이강은 눈을 반만 뜬 채 주시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봐?”

“평소랑 기세가 다른 것 같은데.”

이 귀신 같은 놈. 아니, 귀신도 때려잡을 놈 같으니. 눈치 한번 더럽게 빠르다.

다행히 무덤덤한 표정을 보니 내가 성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아직 모르는 듯했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Opowieści tętniące życiem. Odkryj je ter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