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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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도둑(?)놈이 사라진 방향으로 다급히 쫓아가 봤지만 낯선 기척이고 나발이고, 한없이 고요할 뿐이었다.

우거진 숲과 무성한 수풀 사이로 느껴지는 것은 서늘한 새벽 공기와 희뿌연 밤안개가 전부였다.

“허, 쥐새끼 주제에 빠르네.”

이렇게나 빨리 모습을 감췄다는 건 평범한 침입자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필시 이능력자다.

그러나 암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지만 나는 마법사다. 아셀 말고는 딱히 보는 사람도 없으니 뭔들 못 하리!

무작정 뒤쫓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나는 걸음을 멈추고, 이 근방의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대상으로 범위를 넓혀 탐색 마법을 시전했다.

탐색 마법은 조사 범위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내 마력 또한 빠르게 증발한다.

많은 시일에 걸쳐 겨우 복구했던 마력이 다시금 날아가는 것을 느끼고 있자니 아까워서 속이 다 쓰렸다.

그렇지만 그것 좀 아끼자고 야밤의 침입자를 놓칠 수는 없으니까! 무엇보다 침입자를 잡아다가 바치면 백이강이 고마워할지도 모른다.

…그럴 리는 없나? 뭐, 아무튼….

머지않아 아슬아슬하게 레이더 끝자락에 걸려든 놈의 심장 소리가 미약하지만 선명히 귓가에 날아들었다.

“너 이 새끼, 딱 걸렸어!”

마법으로 근처의 덩굴을 이용해 그놈의 다리를 꽁꽁 묶은 나는 멈췄던 다리를 재빨리 움직였다.

아무리 속박 마법이라지만 그래봤자 덩굴이다.

덩굴이 가진 힘의 최대치를 낸다고 해도, 한낱 식물로 그놈의 발을 묶는 것은 임시방편이니 겨우 몇 초에 불과할 거다.

파악된 위치는 황태자궁의 끝, 황실 사유지로 인정된 땅의 경계선이었다.

그 잠깐 새에 거기까지 가다니… 마냥 얕잡아 볼 만한 상대는 아닌 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전 스치듯 봤던 검은 형체가 재차 눈에 들어온 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이미 허공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퍽!

그것과 함께 엉키듯 바닥에 착지하니 적막한 공간에 둔탁한 소리가 거칠게 울려 퍼졌다.

“큭!”

아래에 깔린 것이 사람이긴 한 모양이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반사적으로 터진 듯한 짤막하고 굵은 신음이 들려왔다.

땅에다가 코를 박은 놈의 등을 보란 듯이 깔고 앉은 나는 그놈이 손에 뭔가를 꼭 쥐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까만 장갑 사이로 초록색 뭔가가 언뜻언뜻 비치는데…. 혹시 이 야심한 시각에 남의 집 앞마당을 뛰어가던 이유가 저건가?

“그건 뭐야? 훔친 거냐?”

“크으윽…!”

내가 그것을 빼앗으려고 하자 남자가 갑자기 어마어마한 힘으로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게다가 어찌나 힘을 꽉 쥐었던지, 남자가 낀 검은색 장갑 아랫부분이 손톱에 의해 구멍이 뚫려 붉은 핏물이 배어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벗어나려나 본데… 이거 은근 자존심 상하네? 내가 깔고 뭉개고 있는 이 상황을 자력으로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잖아?

평소에 내가 백이강에게 종종 힘으로 밀리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약한 몸뚱이는 절대 아니었다.

단지 백이강의 힘이 상식선을 넘어서 내가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것뿐이지.

“어딜!”

괜스레 열이 오른 내가 울분을 담아 힘으로 꾸욱 내리누르자 몸부림을 치던 남자의 움직임이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반항해 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청도운 님! 괜찮으십니까?”

“아셀, 잠깐 거기 있어요.”

때마침 도착한 아셀이 가까이 오려 하자 나는 급히 손을 흔들며 오지 말라는 뜻을 보였다.

아셀은 침입자라면 무조건 죽이려고 들 테니 지금은 곤란했다. 벌써부터 칼을 빼 들고 있는 걸 보면 말 다 했지 뭐.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Donde viven las historias. Descúbrelo ah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