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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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님의 복귀는 문제없이 처리했습니다. 그간 블루 님과 레지 님께서 수장직의 공석을 성실히 메꿔주신 덕분에 다른 애로사항은 없습니다.”

“그 둘에겐 치사해야겠군.”

필립의 보고에 이강의 눈이 따분함으로 일렁였다. 그를 미처 보지 못한 필립은 재빨리 장부를 꺼내 들었다.

“적당한 재물을 보낼까요?”

“다음 회의 때 마법부 해산 건은 꺼내지 않겠다고 전해라. 이만한 상이 없을 테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던 이강은 선심 쓴다는 듯, 너그러운 어투로 간단히 답했다. 그러자 장부를 쥐고 있던 필립의 손끝이 빠르게 힘을 잃었다.

“알겠습니다.”

필립이 물러나자 이강은 뒤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창밖으로 내리쬐는 햇빛 사이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쯤 열린 창으로 능숙하게 들어온 인영은 이강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하곤 금세 그의 뒤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네프론. 백이강의 최측근 외엔 황궁의 그 누구도 존재를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그림자.

오직 이강만을 위해 살아가는 듯한 네프론의 광기 어린 충성은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를 증명하듯, 주군인 이강이 허락하지 않는 한 네프론은 절대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아셀, 보고해라.”

“예, 전하.”

백이강의 뒤편에 선 네프론을 흘긋 본 아셀은 금세 다가와 지난밤의 일을 설명했다.

“…하여, 아킬라의 잔해는 따로 챙겨두었습니다.”

아셀의 보고가 끝나자 이강은 들고 있던 서류를 말없이 내려놓았다.

“네프론. 네가 본 것과 같나?”

“그렇습니다.”

이강의 물음에 검은 로브를 푹 눌러쓰고 있던 네프론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다만.”

그런데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네프론이 한마디를 더 얹었다.

“그 침입자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확신하는 이유가 있나? 연기를 보이며 사라졌다는 건 일반인의 영역이 아님은 확실하다만.”

아셀 또한 그 침입자가 마법사라고 단정 지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멀쩡히 살아 숨 쉬던 사람이 눈앞에서 연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으니, 마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강의 물음에 네프론이 다시 입을 움직였다.

“달아나는 과정에서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그자가 마법사라면 청도운 님께서 놓치셨을 리 없습니다.”

청도운의 능력을 일말의 의심 없이 확신하는 말이었다.

애초에 이강부터 도운을 믿고 있지 않던가. 네프론은 이강을 따르는 자로서 주군의 판단을 완전히 믿고 그에 따라 제 의견을 가감 없이 내고 있었다.

마법에 식견이 깊지 않은 네프론이 이렇게 말한다는 건, 이강을 향한 두터운 신뢰를 표현함과 더불어 자신이 목격한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뜻했다.

“보고는 이만하면 됐다. 물러가라.”

이강의 말에 아셀과 네프론은 동시에 자리에서 떠났다.

“필립, 들었겠지.”

“예, 전하.”

“피엘의 심복이다.”

추측성 말이 아니었다.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챈 필립은 재빨리 일어나 이강의 곁으로 다가섰다.

“하명하십시오.”

“아셀에게 아킬라의 잔해를 받아서 세드릭에게 넘겨라. 그자라면 아킬라에 남은 기억을 볼 수 있을 거다.”

“존명.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필립이 집무실을 나서자 너른 공간에 홀로 남은 이강은 짤막한 숨을 내쉬며 의자 등받이에 느릿하게 몸을 기댔다.

빠르게 마무리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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