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6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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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점을 봐주겠다며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접촉에 대한 부담이 조금 줄어들었다.

뭐, 일단은… 성력만 홀라당 뜯어먹고 바로 손을 놔버리긴 좀 그러니까.

나는 맞잡은 손을 놓으면서 그 위로 이안의 눈동자를 닮은 검푸른색 장미 한 송이를 내려놓았다.

“웬 꽃입니까?”

이안의 눈이 또 한 번 동그래졌다. 나름대로 순수한 그 표정이 꽤 봐줄 만했다.

“마법으로 만든 꽃이야. 영원히 시들지 않지.”

“귀한 선물이네요. 감사합니다.”

이안은 부드럽게 웃으며 근처에 있는 꽃병에 손수 꽃을 넣었다.

순순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미소가 절로 피어오르… 가 아니라, 이것 봐! 감사하단 말이 이렇게나 쉽게 나오잖아!!

근데 이 쉬운 걸 백이강은 죽어도 한 번을 안 한단 말이지!

다만, 방금 이안이 고맙다고 했는데도 시스템이 튀어나오지 않는 이유는 저게 단순한 감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는 가슴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의 감사 인사가 필요하다. ‘이 사람 덕분에 내 구제 불능 인생이 되살아났다’ 싶을 때쯤 나오는 진실한 감정 말이다.

그러니까 백이강을 상대로 하면 난도가 높을 수밖에. 그놈이 누구한테 진정한 감사를 할 성격은 암만 봐도 아니니까.

애초에 저런 가벼운 감사조차 안 하는 놈이니, 앞으로도 인색하기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다.

무엇보다 백이강이 지금처럼 흑마법을 쓰는 이상은 위기에 빠질 일이 없으니 죽을 위험도 없을 터였다.

그렇다 보니 내가 목숨을 구해주고 감사를 받을 일도 자연히 없어지고… 어휴. 총체적 난국이네, 난국이야.

“도운 님?”

“아, 응?”

“슬슬 차를 내오라 하겠습니다.”

딴생각에 빠진 찰나, 훅 들어온 이안의 다정한 미소에 절로 고개가 주억였다.

윽, 차까지 마실 생각은 없었는데 저 얼굴에 그만 넘어가 버렸다.

이후, 실없지만 그렇기에 편안한 이안과의 대화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도운 님, 오늘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보자, 이안.”

결국 차와 함께 간단한 다과회까지 하고 난 후에야 오전 일과가 끝났다.

처음에는 시간만 때우다 올 생각이었는데 이안의 입담이 워낙 좋은 탓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성력도 챙긴 데다 달달한 후식까지 해치우고 나니 슬금슬금 식곤증이 몰려왔다.

꾸벅꾸벅 졸면서 복도를 걷던 중, 문득 마법부로 가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러고 보니 마력 측정하러 오라고 했던가?”

나온 김에 갈까? 딱히 언제 오라는 말은 없었으니까 아무 때나 가도 될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하던 나는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자 뒤에서 묵묵히 따라오고 있던 안나가 빠르게 내 옆으로 다가왔다.

“마법부에 가시나요?”

“응. 마력 측정을 새로 하기로 했거든.”

“아하, 알겠습니다.”

내 대답을 들은 안나는 다시 뒤편으로 물러났다. 아마 그림자를 통해 백이강에게 내 행선지를 전하려는 거겠지.

금세 도착한 마법부의 문을 열자 앞에 서 있던 담당자와 곧바로 눈이 마주쳤다.

“앗, 청도운 님! 오셨군요. 블루 님께 전하겠습니다.”

기다리기도 잠시, 얼마 안 가 블루가 모습을 보였다. 근데…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왜인지 푸석푸석해 보이는 머리카락과 더불어 수심이 드리운 얼굴이, 딱 봐도 서글픈 사정이 있어 보였다.

“블… 아니, 대리 수장님.”

언젠가 블루를 마주치면 꼭 대리 수장이라고 부르라던 담당자의 말을 떠올린 나는 급히 호칭을 바꿔 불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블루는 내 말을 듣고도 여전히 암울한 낯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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