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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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만요!”

붙잡힌 손목들을 황급히 뿌리친 나는 항복하는 자세로 두 손을 든 채 잽싸게 두 남자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이렇게 하죠. 3황자 저하와 산책을 마저 하고, 그 뒤에 2황자 저하와 저녁을 함께하겠습니다.”

“정말…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이안이 진심이냐는 눈으로 가만히 되물었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서 괜찮지 않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번은 어떻게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엘이 작정하고 저렇게 나오는 이상, 이안이 나를 언제까지고 도와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괜찮아요.”

사실 안 괜찮다. 하나도 안 괜찮아!

하지만 백이강이 나더러 피엘을 만나러 가지 말라고 했지, 오는 사람을 마다하라고 한 적은 없잖아?

그러니 이건 내 죄가 아니다. 이번에는 피엘이 먼저 찾아온 거니까 나는 떳떳해 마땅하다, 이 말이야.

“그럼 그렇게 하지. 이따 사람을 보내겠네.”

고집을 피우며 날 데려갈 것 같던 피엘은 의외로 잠시 뒤에 보자며 선선히 물러났다. 아마 당장이 아니더라도 나와 확실하게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는 듯했다.

마찬가지로 이안 또한 조금 전에 호기롭게 막아선 것치고는 퍽 담담한 얼굴이었다.

“음…….”

그런데 이안이 어딘가 진득한 눈길로 멀어지는 피엘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저하, 왜 그러세요?”

“마법사님, 혹시 2황자께 뭔가 느껴지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건 왜 묻냐고 물으려던 나는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왠지 이안이 중심 내용을 감춘 채 일부러 돌려 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 탓이었다.

“음, 딱히요?”

“그럼 2황자께서 최근에 관심을 보이시는 취미가 있을까요?”

내가 아는 거라곤 피엘이 마수를 부리는 취미가 있다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이걸 말할 수는 없으니… 모른 척하는 수밖에.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묘하게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져서요. 하나 마법사님께서 느끼지 못하셨다면 별것 아니겠죠. 신경 쓰지 마시고 산책을 마저 하죠.”

윽, 신경 쓰지 말라니까 괜히 더 궁금해지잖아! 그보다 이질적인 게 느껴졌다니, 혹시 피엘에게서 마수의 힘을 느낀 건가?

이안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는 가진 성력이 순수한 만큼, 반대되는 힘에 예민한 편이니 말이다.

원작에서도 이안은 흑마법의 흔적이나 마수의 기척에 일반적인 마법사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쉽게도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때때로 기민하게 작용하여 꽤 쓸모 있는 능력이었다.

나는 피엘이 마수를 다룬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지라 딱히 느낀 바가 없었다.

그나저나 피엘은 최근까지도 계속 마수를 부리고 있나 보네. 이안이 미약하게나마 눈치챈 걸 보면.

여기서 한 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백이강이 근래에는 흑마법을 쓰지 않았다는 거다.

아무리 이안이라도 사용하지 않은 힘을 느낄 수는 없을 테니 진짜 다행이었다. 앞으로도 조심하라고 해야지.

“2황자께서 마법사님께 관심이 많아 보입니다.”

“그러게요. 저는 그냥 평범한 마법사라서 난감하네요.”

머쓱하게 웃으며 답하자 이안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휘었다.

“마법사님께서는 누구보다 특별하십니다. 황태자 전하의 곁에 계신 것부터 이미 남다른 일 아닙니까.”

“으음… 그러려나요.”

“그렇습니다.”

차분한 말소리가 나긋하게 흘러드니, 왠지 그럴듯하게 들렸다.

그래, 따지고 보면 그게 원인이지! 피엘이 내게 집착하는 것도, 이안과 내가 만나고 있는 것도 전부 백이강 때문이니까.

“혹시 저하께서도 아명을 갖고 계신가요?”

내심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타이밍이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나는 냅다 물음을 던졌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Nơi câu chuyện tồn tại. Hãy khám phá bây gi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