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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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나는 세드릭에게 결계술을 배우는 것에 점차 익숙해졌다.

하루도 빠짐없이 특훈한 덕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세드릭이 드디어 끝이 보인다며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고로 오늘은 오랜만에 숨통도 틔우고, 성력도 얻을 겸 이안과 산책하기로 했다.

이안과는 앞으로 다섯 번 정도만 더 만나면 성력을 갈취… 아니, 빌리는 일도 끝이 난다.

결계술도, 성력 모으기도 목표한 바의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것이 조금씩 실감 나고 있었다.

“이안!”

“도운 님, 왠지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황궁 정원은 굉장히 잘 가꾸어져 있어서 산책하기에 아주 좋았다. 이안과 만난 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곁에 섰다.

“도운 님, 멀지 않은 곳에 있을 테니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안나는 늘 그렇듯 이안과 내가 편히 있을 수 있도록 약간의 거리를 두고 뒤편으로 물러났다.

잠깐, 이왕 만난 김에 이안의 감사 확률도 확인해 볼까? 피엘은 33%… 아니, 떨어져서 30%던가.

그리고 백이강은 5%였지…. 그럼 이안은 어떠려나?

[SYSTEM: 주연 캐릭터 ‘이안 데르지오’의 감사 확률을 확인하시겠습니까?]

이젠 친숙한 파란 글씨가 투명하게 일렁였다. ‘네’를 누르자 약간의 로딩 뒤, 이안에 대한 결과가 떴다.

[SYSTEM: ‘청도운’ 플레이어님에 대한 ‘이안 데르지오’의 감사 확률은 현재 36%입니다.

※본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수치를 반영하여 기록하고 있으므로 갱신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확률이길래 별로 만나지도 않은 이안과 피엘이 백이강보다 수치가 높을 수 있는 거지?!

아니, 어쩌면 이건 시스템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백이강이 지독하게 배은망덕할 뿐이지.

어쨌든 이안이 가장 확률이 높은 건 대충 예상한 일이었다. 어딘가 하나씩 나사가 빠진 세 형제 중 그나마 제일 정상인 축에 속하니 말이다.

다만 그런 이안에게도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이안의 감사 인사가 너무 헤프다는 것이다.

당장 지금만 보더라도.

“이안, 그 꽃은 가시가 있으니 만지면 안 돼.”

“아,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 봐! 고맙다는 말이 밥 먹듯이 나오잖아!

원래는 이게 정상인데 백이강을 겪다 보니까 어찌나 신기한지 모른다.

아무튼, 이런 식이다 보니 이안에게 진심의 감사 인사가 터지게 하려면 꽤나 애먹을 듯했다.

피엘은 엮이고 싶지 않으니 말할 것도 없고.

백이강은… 그냥 확률이 없다시피 하고.

“…하아.”

난감하기 짝이 없는 실태를 파악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공략캐는 따로 있는데 애꿎은 놈들과 진도를 빼고 있는 상황이라니… 이렇게 착잡할 수가…….

“도운 님, 배우신다던 마법은 잘되어가나요?”

복잡한 얼굴을 한 나를 본 이안은 내 기분을 살피며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백이강이었다면 땅 꺼진다며 숨 쉬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안은 천사가 분명하다.

“음, 그럭저럭. 낯선 분야라 어렵긴 한데 어느 정도 흉내 낼 수준은 된 것 같아.”

레지가 아닌 세드릭에게 결계술을 배운 것은 정말이지 신의 한 수였다.

그 분야의 일인자라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닌지, 세드릭의 결계는 굉장히 단단하면서도 섬세했다.

황궁의 결계는 대부분 마탑이 제작한 거였으나, 그 안의 중요한 결계들은 전부 세드릭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래저래 스승이 좋아서 그런지 수업의 퀄리티도 좋은 편이었다. 다만, 좀 스파르타라서 수업이 있는 날에는 온몸이 쑤신다는 게 문제지만… 아무튼.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