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8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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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운아, 아르테로 여행 오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만 해. 이 내가 직접 구경시켜 줄 테니까!”

“헛소리. 청도운은 아무 데도 안 가.”

델시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이강이 곧장 거절했다. 아니, 이건 거절이 아니라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어휴, 하다 하다 이젠 구속까지 하는 거야? 도운아, 너도 참 고생이다. 어쩌다 저런 놈에게 걸려서.”

순간 가슴 한편이 울렁거렸다. 마침내 내 고생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다니! 너무 감격스러워서 입꼬리가 절로 실룩였다.

“델시아, 친하게 지내자.”

“바라던 바야.”

“쯧.”

우리가 환히 웃으며 악수하자 그를 지켜보던 백이강이 아니꼬워하는 시선으로 혀를 찼다. 델시아와 맞잡은 손을 놓고 나서야 그의 무서운 표정도 풀렸다.

“아, 맞아. 도운아! 오늘 저녁에 우리 측에서 주관하는 티파티가 있어. 양측 주요 인사들을 전부 초대해서 꽤 규모가 있으니 너도 꼭 와. 아르테의 허브차는 효능이 좋기로 굉장히 유명하거든.”

“응.”

“뭐, 내가 부르지 않아도 누구 덕분에 어련히 알아서 왔겠지만… 원래 이런 건 초대에 의의가 있는 법이니까.”

화사하게 웃은 델시아는 눈부신 금발을 찰랑이며 먼저 응접실을 나섰다.

단지 사람 하나가 빠졌을 뿐인데 너른 공간이 급격하게 조용해졌다.

원래는 이 적막이 그렇게 낯설지 않았는데… 델시아의 존재감이, 정확히는 그녀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더 인상적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언제부터 알았어?”

이윽고 델시아의 발걸음이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백이강을 돌아보며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그는 아무런 말 없이 그저 나를 마주 보았다.

“황제의 건강 말이야.”

“처음부터.”

예상치 못한 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그걸 처음부터 알았다고? 말도 안 돼.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백이강이 의학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매일같이 황제를 알현해서 변화를 알아차릴 충분한 시간이 있던 것도 아닌데 무슨 수로?

더군다나 그가 가진 이능이라면 흑마법인데, 흑마법으로는 사람의 병을 치료할 수 없다. 단순히 신체에 쌓인 내독을 빼는 정도야 가능하겠지만, 그게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는 않았다.

이와 비슷한 선상에서 사람의 병을 진단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애초에 흑마법은 사람에게 호의적인 힘이 아니니까.

없는 병을 만들어준다면 몰라도, 이미 있는 병을 고치거나 알아보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범위 밖의 일이었다.

“어떻게…?”

“보여. 죽음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는 것도.”

헉, 잠깐 잊고 있었다. 얘 최종 흑막이었지? 심지어 흑마법사로 각성까지 하는.

그럼 썩 이상한 일은 아니네. 흑마법사로 각성한다는 건 그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뜻일 테니.

다만 흑마법을 쓰는 모두가 죽음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건 그저 백이강의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를 능력 중 하나였다.

더불어 이건 원작에서 타락한 백이강이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능력이기도 했다.

작중, 이안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아 분노하던 장면이 있었으니 그 능력의 효과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지옥에 직접 들어간다 한들 메인 주인공인 이안에게 죽음의 그림자 따위가 보일 리 없으니 말이다.

“일단은 델시아가 말한 저녁까진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방에서 잠시 쉬다가 가는 게….”

“아. 말하는 걸 깜빡했군.”

“응?”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서려는 나를 백이강이 저지했다. 내 앞을 가로막은 그의 팔이 어쩐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청도운, 네 방은 이제 없다.”

“무…. 뭐?”

이게 뭔 소리래. 어젯밤까지만 해도 멀쩡히 있던 내 방이 왜 갑자기 없다는 거야?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Nơi câu chuyện tồn tại. Hãy khám phá bây gi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