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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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저희는 이곳에 있겠습니다.”

이강의 침실 앞, 아셀과 안나, 필립이 나란히 서서 문을 지켰다. 절대 자리를 벗어나지 않을 테니 혹여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바로 부르라는 눈이었다.

달리 대답하지 않은 이강은 곧장 안으로 들어섰다. 너른 침대 위에 가쁜 숨을 내쉬는 도운이 있었다.

“전하, 오셨습니까.”

대기 중이던 세드릭이 이강을 보고 급히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상태는.”

“레지와 블루가 치료 마법을 시전했으나 큰 차도는 없습니다. 저도 그렇고, 다들 치료계 마법사가 아니라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만……. 마탑의 지원이 있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강이 마탑을 그리 기꺼워하지 않는다는 걸 오랜 시간 그를 모신 세드릭이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도 구태여 그들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도운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이강 또한 결계술사인 세드릭, 그리고 공격술과 방어술에 특화된 레지와 블루가 치료 마법을 쓴다 해서 나아질 거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했는데 역시나 별다른 것은 없었다.

그런데 방에는 마법사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도운의 옆을 지키고 서 있었다.

“저들은?”

이강이 그들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황의들이 앞다투어 몰려와서 진찰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호소식을 말한 이는 없습니다.”

중태에 빠진 도운을 치료하는 이는 황태자의 총애를 받을 게 빤히 보였다. 그야말로 황금빛 출셋길이 걸린 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어떻게든 도운을 회복시키기 위해 의원들의 눈에 거센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저들 중, 무슨 독 때문인지 알아낸 이가 있나?”

“없습니다.”

“그럼 그대는?”

저 많은 황의 중에 아무도 원인을 알아낸 자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지만, 이강은 그다지 실망하지 않은 듯 담백한 눈으로 세드릭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잠시간 입을 다물고 있던 세드릭이 곧 조심스러운 눈으로 이강을 올려다보았다.

“말씀드리기 송구하나… 아무래도 저 독은-”

“됐다. 그 정도면.”

세드릭의 말이 끝까지 이어지는 것을 막은 이강은 곁에 있던 기사에게 닫힌 문을 열라고 지시했다.

도운을 걱정하는 이가 자신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안 탓이었다.

침실의 문이 열리자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아셀과 안나, 필립이 슬그머니 안쪽으로 들어왔다.

제 침실에 몰려든 이들을 훑는 이강의 시선이 그리 좋지 않았다.

너나없이 득달같이 몰려와서는, 실속도 없이 누구 하나 원인조차 알아내지 못하는 상황이 그리 달갑게 비칠 리 없었다.

사실, 그들이 아킬라가 원인이라는 것을 아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당연했다. 유통과 재배가 한참 전에 금지된 독초에 관해 아는 이가 있을 리 없으니 말이다.

애초에 아킬라는 황실이 비밀리에 관리하는 독초 정원에서만 키우던 종이니 더더욱 그러했다.

오히려 아킬라의 존재를 아는 이가 있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 누구 하나 의심조차 하지 못하다니.

“하나같이 쓸모없는 것들뿐이군.”

저런 놈들이 누굴 치료하겠다고 제 방에 우르르 몰려와 있는 건지.

서늘한 이강의 말이 고요히 흩어졌다. 어느새 이강의 뒤편에 선 안나와 필립, 아셀이 저마다 긴장한 눈으로 주군의 눈치를 살폈다.

“내가 힘을 쓰면, 적어도 저 무익한 것들보단 도움 되지 않을까 하는데.”

이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사람의 고개가 필사적으로 돌아갔다.

“전하, 안 됩니다.”

“지금 힘을 쓰셨다간 모두에게 들킬 겁니다. 도운 님의 상태를 너무 많은 이가 알고 있습니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Donde viven las historias. Descúbrelo ah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