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1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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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지 않던 약혼식 당일이 되었다.

날이 날이니만큼 이른 아침부터 어디서 왔는지 모를 시종들의 손에 이끌려 씻겨지고, 입혀지고, 꾸며졌다.

보아하니 일반 시종이 아닌, 의상실에서 파견된 사람들 같았다. 그래서인지 손길들이 하나같이 능숙하고도 날렵했다.

그래봐야 아직 드레스를 입기 전이라 시작에 불과했음에도, 덕분에 오전이 순식간에 날아가고 점심이 되었다.

물론 내가 드레스는 곧 죽어도 마지막에 입겠다며 단호하게 고집을 피운 탓도 있긴 하다.

약혼식은 노을이 질 무렵에 시작될 예정이라 그때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그런 덕에 백이강과 나는 준비가 끝나기 무섭게 황태자궁의 응접실에서 은밀하게 델시아를 만났다.

“안녕, 다들 얼굴 좋아 보이네!”

내가 앉은 소파는 문을 등지고 있었다. 등 뒤로 들려오는 델시아의 목소리에 나는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델시아, 황성의 좌표는 확인했어. 지금 아르테로 보내줄게.”

안쪽으로 들어오는 델시아를 본 나는 곧장 본론을 꺼냈다. 그런데 델시아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아냐, 난 안 가.”

“응?”

뜻밖의 소리에 나도 모르게 바보같이 되물었다.

아르테로 무사히 돌아가는 게 목적이라고 해놓고선 난데없이 가지 않겠다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영영 안 간다는 건 아니고, 지금 당장은 못 간다는 소리야.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 있거든.”

자못 진지해 보이는 델시아의 표정에 나도 덩달아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뭐지? 원작에서 델시아가 두각을 보인 사건은 없었는데.

그녀가 미미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면은 피엘의 속임수에 당해 사망할 때뿐이었다.

그런 델시아가 이제 와서 중요하게 여길 만한 일이 있을 리 없었다. 그를 증명하듯 이제까지 특별한 징후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리 원작이 비틀렸다지만 이런 중요한 부분까지 달라지지는 않았을 텐데.

“이따가 약혼식이 끝나면 돌아갈게. 그때 보내줄래?”

“…그럴 수야 있는데, 중요한 일이란 게 뭐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음을 던지자 델시아가 의외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응? 정말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내가 모를 리 없다는 뉘앙스가 다분했다.

저렇게 의아해하는 걸 보면 나도 아는 일인가? 하지만 오늘 일정은 약혼식뿐인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이벤트가 있던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 내가 멍하니 시선을 마주하자 델시아가 한층 진지해진 얼굴로 차분하게,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

“…어?”

“그걸 나만 못 보는 건 너무 큰 손해야. 저 성격 나쁜 황태자만 좋은 걸 보게 둘 순 없지.”

어찌나 신중하게 이야기하는지, 하마터면 기막힌 내용과 별개로 그러냐며 수긍할 뻔했다.

“그러니까… 지금, 고작해야 내가 웨딩드레스 입은 걸 보기 위해 안 가겠다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도 안 나왔다. 설마, 장난치는 거겠지. 진짜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내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고작이라니? 내 인생에 다신 없을 최고의 하이라이튼데! 게다가 하일은 벌써 봤다며? 이래 봬도 한배를 탄 사인데 나만 못 보는 건 너무 불공평해!”

진심으로 서운한 얼굴로 씩씩대는 델시아를 보고 있자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뭐라 반응해야 할지 도통 결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 바쁜 와중에 백이강이 내 웨딩드레스 차림을 봤다고 델시아에게 냅다 자랑했다는 게 가장 황당했다.

진짜 둘 다 정상이 아니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Hikayelerin yaşadığı yer. Şimdi keşfed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