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1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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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를 마친 우리는 곧장 약혼식장의 대기실로 향했다.

아무래도 축제와 같은 날이라 그런지 황궁 곳곳에 사람이 많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시녀들부터 뭔가를 들고 뛰어가는 시종들, 그 밖에도 화려한 옷을 입은 수많은 이가 황궁을 꽉 채우고 있었다.

이제까지 봤던 파티의 손님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였다.

“수도에 있는 거의 모든 귀족이 참석했다고 해요.”

흔치 않은 인파에 내 눈이 휘둥그레지자, 그를 본 안나가 살며시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결혼식도 아닌데 뭐 이렇게 규모가 커?”

“그야, 전하께서 차기 황제임이 확실한 상황이니까요. 오늘 2황자가 무슨 짓을 할진 몰라도, 황제께서 쓰러지신다면 그도 더 이상은 수가 없을 겁니다.”

하긴, 그러네. 황제가 죽는다면 백이강이 바로 즉위하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피엘이 수를 쓴다고 하더라도 그리 위협적이진 않을 거다.

이것 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앞일을 확신할 수는 없으니, 최대한 전하의 곁을 떠나지 마십시오. 상황이 혼란할수록 2황자에게 유리해질 겁니다.”

그때, 묵묵히 대화를 듣던 아셀이 넌지시 말을 얹었다.

“음. 하지만 피엘은 황제가 쓰러질 거란 걸 모르잖아?”

내 물음에 백이강이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맞잡은 손이 차가웠다.

“그건 모른다. 그놈이 정말 악마와 계약했다면 알 수도 있겠지.”

“…그럴 수 있겠네.”

악마는 미래를 보진 못하나, 황제가 죽음에 가깝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터였다.

마치 백이강이 죽음의 그림자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신부 대기실로 모시겠습니다.”

이윽고 대기실 앞에 도착한 나는 안나를 따라가기 위해 백이강의 손을 놓았다. 본인 대기실로 가지 않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신랑, 이따 보자.”

옜다, 서비스다.

미련이 뚝뚝 묻어나는 그의 보랏빛 눈을 마주한 내가 슬쩍 듣기 좋은 말을 흘리자, 굳어 있던 백이강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휘었다.

델시아 때문에 삐진 것 같아서 기분 좀 풀어주려고 한 건데 다행히 잘 먹힌 듯했다.

이럴 때 보면 백이강도 나 못지않게 단순하다니까.

안나는 대기실 밖에서 호위하겠다며 문 앞을 가로막았다. 덕분에 혼자 안쪽으로 들어서는데….

“짜안!”

순간 샛노란 뭔가가 내 앞으로 툭 튀어나왔다. 사실 들어설 때부터 기척이 느껴져서 진작 누군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헉, 깜짝이야!”

특별히 놀라준다. 나는 무뚝뚝한 백이강과는 다르니까!

“놀랐어? 돌아가기 전에 너 보고 간다고 약속했잖아.”

“하하… 그 약속에 동참한 기억은 없는 것 같은데.”

“사실 마음 같아선 네가 입장하는 것까지 보고 싶은데, 대신들을 빠릿빠릿하게 통솔하려면 좀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왔어.”

중간의 내 말을 능숙하게 무시한 델시아는 화사하게 웃으며 내 팔을 잡았다.

“그나저나 진짜 잘 어울린다. 너무 예뻐.”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나? 예쁘다는 칭찬이 이렇게 x같이 들릴 줄은 몰랐는데.

당장 부끄러워서 혀 깨물고 싶은 마당에 델시아의 뜨거운 시선을 마주하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수치스러웠다.

뭐, 수치도 매일같이 느끼다 보니 좀 익숙해진 것 같지만.

“저기… 도운아. 우리, 다음에 또 볼 수 있는 거지?”

어쩐지 조심스러운 어투였다. 꼭 다시는 못 볼 것임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불안을 품은 녹색 눈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여자의 감은 무서울 만큼 잘 맞는다더니, 진짜 그런 모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못 본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Место, где живут истории. Откройте их для себ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