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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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강’, 이게 네 아명이란다. 아가야.”

겨울에 핀 새하얀 눈꽃 같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굽이쳤다.

가느다란 머리칼을 우아한 손짓으로 쓸어 넘긴 여자는 다정한 미소와 함께 제 품에 있는 자그마한 생명을 내려다보았다.

여자와 같은 새하얀 머리칼과 자수정처럼 반짝이는 보랏빛 눈동자를 가진 갓난아이가 울지도 않고 여자의 눈을 가만히 마주 보고 있었다.

“내가 가진 힘을 전부 네게 주마. 그 누구도 너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감히 황제조차도 너를 어찌할 수 없도록…….”

나릿하게 웃어 보인 여자는 꽤나 파격적인 말을 서슴없이 뱉으며 아이의 작은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었다.

‘태중의 아기씨에게 힘을 넘긴다면 황후께서도 살고, 아기씨는 강한 힘을 가지고 태어날 테니 반드시 제위에 오르실 겁니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해결책이지요.’

마탑의 노인네들이 떠들어댄 해결법은 그들의 말마따나 지독하게 완벽했고, 또 환상적이었다. 그렇기에 믿을 수 없었다.

신이 있음에도 더없이 불완전한 이 세상에 희생 없는 완벽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리나 데르지오. 리티온 남작가의 하나뿐인 여식으로서 황실 파티에 처음으로 참석한 날, 황제의 눈에 들어 하루아침에 신분 상승의 주역이 되었다.

‘운 좋은 영애’, ‘미인’, ‘겨울처럼 하얀 머리카락’, ‘황제의 첫사랑’.

그녀에 대해 사람들이 떠드는 것은 이게 전부였다. 아이리나의 정체가 세기의 대천재라 불리는 흑마법사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다.

황후가 태중에 축복을 얻었음이 널리 공표된 축제 같은 날, 마탑은 은밀히 그녀를 찾아왔다.

‘세간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힘’이 그녀에게 있음을, 그리고 이 사실을 마탑이 알고 있음을 확실하게 일러두기 위함이었다.

이는 명백한 경고이자 협박이었다. 황후가 흑마법을 다룬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다면 그 즉시 폐위될 것임은 빤한 사실이니 말이다.

폐위뿐이겠는가? 아마 황족 농락 및 갖은 죄명이 추가되어 그 즉시 사형에 이를지도 몰랐다.

그녀가 타락하게끔 검은 힘을 주며 도운 주범들이 보일 만한 짓은 아니었다.

저만을 믿어주는 가족을 위하여, 그리고 태중의 아이를 위하여. 아이리나는 마탑이 원하는 대로 힘을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이었다. 이는 흑마법이 생명을 대가로 요구한다는 것을 아이리나가 몰랐던 탓이었고, 또한 알려주는 이가 없었던 탓이었다.

‘알았더라도 멈출 수 없었을 거야. 아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

배 속에 아이가 있는 이상, 아이리나는 마탑의 요구를 거스를 수 없었다. 제 목숨 따위는 아무래도 좋으나 아이에게 해가 되는 일이라면 무엇도 용납할 수 없었다.

마탑은 기다렸다는 듯 가치가 다한 아이리나를 버렸고, 대신 태중의 아기를 노렸다.

“어차피 네게 힘을 넘겨주어도 나는 죽겠지. 마탑이 이제 와서 내게 좋은 일을 시켜줄 리는 없으니.”

그럼에도 아이에게 힘을 넘겨준 것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하일, 너만은 부디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말거라.”

아이에게 힘이 없다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하나의 인간으로 자랄 터였다. 어쩌면 저와는 달리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도 있을 테지.

하지만 힘이 있다면 그 힘으로 자신을 지킬 수도, 또는 다른 누군가를 지킬 수도 있었다.

그리고 선택할 수 있겠지. 어떤 삶을 살지, 제 손으로 직접.

본디 모든 ‘선택’이란 힘이 있는 자의 특권이니 말이다.

그러니 마탑은 힘이 있는 하일이 황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또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하일의 안위를 책임지고 보호할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게 하일에게 있는 이상, 충실한 개가 되기를 자처할 테다. 하일에게 방해되는 게 있다면 은밀히 처리할 것이며, 득이 되는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명을 따를 것이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