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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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이강과 내가 단정하게 차려입은 검은 제복에는 어떠한 장식도 없었다. 상당히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즉위식이 시작될 것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즉위식 장소인 황궁의 메인 홀로 향하던 중, 지하 감옥에 갇힌 피엘이 정신을 차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악마가 아직 그에게 붙어 있는 이상 멀쩡히 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고로 이안의 주관하에 다른 제국에 있는 신전으로 그를 압송하기로 했다. 거기서 악마를 빼낼 계획이라나, 뭐라나.

어쨌든 피엘은 더 이상 우리를 방해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강화한 아킬라의 행방이 아직 묘연한지라, 그에 관해서는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예상한 대로 즉위식은 굉장히 경건하고도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황제 폐하, 즉위를 감축드립니다.”

본래라면 만세 삼창 따위의 시끌벅적한 과정을 거치고 즉위식을 마무리해야 했으나 선황제의 죽음이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았던 탓에 소란스러운 절차는 전부 생략되었다.

덕분에 귀족들은 새롭게 불어오는 권력의 바람 속에 무엇도 하지 못한 채 까만 차림으로 묵묵히 축하 인사만을 올리고 물러나야 했다.

소소한 규모, 고요한 공기. 누구 하나라도 수군거리면 노력하지 않아도 금세 말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조용했다.

혹시라도 백이강이 폭군이라는 점을 들어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누구도 그가 황제가 되는 것에 반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2황자가 황위를 노리고 반역을 저질렀다죠? 이런 끔찍할 데가.”

“황태자께서 무사히 황위에 오르셔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전쟁 영웅께서 황제가 되셨으니, 주변 나라들도 펜디움에 함부로 접근할 생각은 못 할 겁니다.”

“가장 제위에 적합한 분이 오르셨으니, 펜디움도 더 살기 좋아지겠군요.”

사람들에게는 악마에 대한 부분만 빼고 이야기가 전해진 탓에 피엘은 그저 황위를 노리고 일을 벌인 죄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황궁에 독 가루가 퍼진 것도 전부 피엘의 짓임을 알게 된 귀족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모아 백이강을 칭송하기 시작했다.

이제 누구에게 줄을 대야 하는지 명백하게 밝혀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긍정적인 웅성거림이 들려오자 나도 모르게 백이강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그의 머리 위에 얹힌 황금빛 황관에 박힌 큼직한 자수정이 그의 눈 색과 똑 닮아 있었다.

아직 그를 향한 위협이 전부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어쨌든. 드디어 내 손으로 백이강을 황제로 만들었다. 그가 황제가 된 지금, 이제는 내가 보답을 받을 차례였다.

‘백이강의 감사 인사…….’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백이강이 진심으로 하는 감사 인사라니, 이건 그 어떤 주인공의 인사보다 값진 보상이 될 거다.

대충대충 받아먹던 내가 이번에는 워낙 노력했어야 말이지.

간략하게 치러진 즉위식은 금세 끝이 났다.

본래라면 온종일 축제 분위기로 화려하게 들썩여야 하는데, 마냥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아직 해가 떠 있는데도 모든 행사가 끝이 났다.

이어지는 선황제의 장례식 또한 상당히 간소화되어 금방 끝을 맺었다. 이 또한 새 황제의 즉위식을 고려한 일이었다.

그렇게 오늘, 모든 이가 기쁜 일과 슬픈 일에 공정하게 시간을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감회를 가진 것도 잠시였다.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백이강은 서둘러 집무실로 걸음을 돌렸다. 아직 장례식에 참석한 객들이 돌아가지도 않은 마당에 말이다.

“잠깐만, 뭐? 집무실에 간다고? 왜?!”

“말했을 텐데. 바쁠 테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라고.”

물론 제대로 듣긴 했다. 각오하라고 한 것도 아직 기억하고 있다. 불과 어제 한 말이니 당연하다.

근데 그게 즉위식 당일부터 적용되는 일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지!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Tempat cerita menjadi hidup. Temukan seka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