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1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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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뭣… 잠깐 기다려!

내가 진짜 마계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악마는 다급히 어둠을 손 모양으로 만들어 내게 팔을 뻗었다.

“뭘 기다려? 이 어린애를 상대로 사기 친 쓰레기야. 대악마도 그딴 짓은 안 한다. 영혼이고 나발이고 썩 꺼져.”

-이미 계약한 건 어쩔 수 없어! 대악마가 와도 이건 못 무른다고. 대신 지금 말고, 죽을 때 가져가는 걸로 할 테니까…!

진짜 조급한지, 악마는 어둠으로 만든 임시 팔을 연거푸 허우적대며 내게 닿고자 애를 썼다.

하지만 그것은 무엇 하나도 내게 닿지 않았다.

“청도운, 네가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돕지.”

백이강이 마검으로 악마가 내게 뻗는 손들을 족족 잘라낸 덕이었다.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악마를 바라보며 삐딱한 눈빛을 보냈다.

“그러니까, 부당 계약을 해놓고 영혼은 끝까지 처먹어야겠다, 이거네?”

-아아니… 영혼을 매개로 성립된 계약은 진짜 무를 수 없다고…….

급기야 울먹이는 소리가 들려오자 백이강의 눈이 황당하다는 듯 가느다랗게 늘어졌다. 악마라는 존재가 저렇게까지 비굴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란 모양이었다.

슬슬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했다. 마음이 이미 한곳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으니 말이다.

…이제부터 말하려는 건 조금 충동적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이게 내 진심일지도.

“그럼 이렇게 하자. 내 영혼 줄게. 그거 가져가.”

툭 튀어 나간 내 발언에, 순간 공기가 싸해졌다.

-…어?

“청도운.”

악마와 백이강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한쪽은 뜻밖이지만 반기는 눈치고, 다른 한쪽은… 음, 지금은 최대한 눈 마주치지 말자.

“너도 이미 눈치챘겠지만, 나는 영혼이 두 개야. 그러니 저쪽 영혼을 주지. 대신 이건 너한테만 좋은 일이니까 특약을 추가하자. 백이강이 가진 검은 힘, 네가 회수해.”

악마의 말대로 영혼을 매개로 한 계약은 대악마가 오더라도 무를 수 없다. 그렇게 쉽게 무를 수 있는 계약이면 악마들의 영혼 먹튀가 판을 칠 테니 말이다.

이안도 이것 때문에 원작에서 소중한 친우를 잃었었다. 이안은 나처럼 영혼이 두 개가 아니라서 친우를 구할 수 없었지. 그렇다고 애꿎은 사람의 영혼을 대신 바칠 수도 없었을 테니.

이 계약상의 제약은 아무리 나라도 어찌할 수 있는 바가 아니었다. 대악마가 저 망할 악마 놈을 쥐 잡듯 패게 할 수는 있어도 말이다.

그러니 영혼을 주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차피 줘야 한다면, 두 개를 가진 내가 주는 게 맞겠지.

물론 순순히 줄 생각은 없다. 챙길 건 다 챙겨야지! 백이강을 구속하는 검은 힘이 사라진다면 그는 온전한 황제가 될 수 있을 거다.

마탑도 그를 어찌할 수 없게끔, 그리고 백이강이라는 아명을 듣더라도, 그가 더 이상 황후를 떠올리며 자책하지 않도록.

-그, 그렇다면야… 좋아. 어려운 일은 아니야.

악마는 조심조심 내게 다가왔다. 백이강은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마검을 거두지 않았다.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군. 네놈이 받기로 한 건 내 영혼이었을 텐데.”

-아, 그건 상관없어. 영혼을 받기로 한 거지, ‘계약자의 영혼’을 받기로 한 건 아니니까.

음. 이래서 계약서에는 단어 하나라도 조심히 써야 한다니까.

악마가 내 영혼을 가져가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잘 받아갑니당.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지 가벼운 일렁임을 보인 악마는 유쾌하게 걸음을 물렸다. 그를 본 나는 매끄럽게 웃고는, 물러서는 악마에게 다가가 그놈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어딜 그냥 돌아가려고.

-뭣…? 뭐 하는 거야?! 잘 끝났잖아…!

“이강아, 뭐 해? 복수해야지.”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Nơi câu chuyện tồn tại. Hãy khám phá bây gi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