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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re either with us, or against us

땡그랑!

손에서 떨어진 작은 숟가락이 바닥을 굴렀다.

"...뭐라고요?"

그러나 윤서희는 주울 생각도 못 하고 멍하니 되물었다.

"하라마그의 일 데스띠노가 시칠리아에게 멸망했습니다. 조반니 그레코를 포함해 모든 인원이 사망했다고...."

인사 본부장은 양손을 모으며 머리를 숙였다.

윤서희는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일 데스띠노는 하라마그를 주름잡는 시칠리아의 산하 단체 중, 신영의 회유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집단이다.

'들켰나?'

아니, 들켰을 가능성은 적다.

사건의 인과 관계는 명확하다.

일 데스띠노는 제멋대로 입장을 발표했고, 발할라는 얼마 전 공표한 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단지 시칠리아가 발할라의 의지를 대행했을 뿐.

이게 더 문제다.

차라리 들키는 게 낫지.

시칠리아의 행동은- 작금의 상황에서 발할라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과 진배없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심한 게 아니냐 비난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애초에 남부의 전쟁광 집단은 세간의 평가에 신경 쓰는 단체가 아니며, 실제로 크게 비난받지도 않을 것이다.

현재 여론은 분명히 발할라의 편이며,

시칠리아는 그 시류에 편승했으니까.

윤서희는 한동안 애꿎은 입술만 잘근거렸다.

잠자코 침묵하더니 두 눈을 반짝 떴다.

한결 진정된 얼굴로 책상에 흐드러진 서류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만 가봐야겠네요. 회의가 있어서요."

"회의... 말씀입니까?"

인사 본부장, 정민종이 눈을 깜빡거렸다.

"아니, 미리 말씀해 주시지...."

"아, 괜찮아요. 일부러 말씀 안 드렸어요."

정민종이 멈칫거렸다.

"요즘 많이 힘드시죠? 얼굴 보니까 말이 아니에요."

숙였던 머리를 천천히 들어 올리자,

싱긋 웃는 윤서희가 보였다.

잠시 흔들렸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언제나처럼 인조미가 느껴지는 미소였다.

"난 본부장님 믿어요."

정민종은 혐의를 극구 부인하는 중이다.

그리고 방금 윤서희는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제나 관리하던 윤서희의 일정을 그녀가 알려주지 않고, 또 자신의 이야기가 나올 게 분명한 회의에 참석시키지 않는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nd coming of avarice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