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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6 < -- 183. 창 한 자루, 두 다리로 -- >

차륜전(車輪戰). 다수의 병력이 소수를 상대로 차 바퀴 구르듯 병력을 교체해가며 상대의 힘을 빼는 전법이다.

비스름한 말로 축차 공격이라고도 하는데, 말만 그럴듯하지 실상은 병력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짓이나 다름없다.

교대할 병력이 있는데 굳이 나눠 보낼 이유가 없으며, 자칫 잘못하다가는 각개 격파당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병력을 조금씩 갖다 바치는 꼴이랄까.

단, 전투 목표가 단순히 상대를 죽여 승리하는 것 이상의 전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투입할 군사 대부분이 버려도 상관없는 병력이며, 죽어도 금세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점 또한 패러사이트 여왕이 망설임 없이 차륜전을 실시하라 명한 이유 중 하나였다.

곳곳에 골고루 배치된 둥지는 1초도 쉬지 않고 출산 종을 낳는 중이다. 원래 있던 모체와 둥지들이 새로 낳는 출산 종의 수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메두사, 테메라토르, 레기나가 생산하는 기생체는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거기다 국경에 배치됐던 병력까지 돌아와 합치니 도시 몇 개쯤은 뒤덮고도 남을 만한 군대가 구성됐다.

그 무지막지한 병력이 패러사이트 여왕의 통제에 따라 차례대로 한 곳으로 향했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한복판.

설지후는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겹겹이 에워싸는 병력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납게 포효하며 완성되려는 포위진을 짐승처럼 물어뜯었다.

사방에서 온갖 공격이 날아들었다. 병장기와 화살은 물론, 썩은 발톱이나 산성 용액, 심지어 몸을 부딪쳐오는 놈도 있었다.

오직 한 명만을 노리는 모든 공격이 뭉쳐지듯 한 점으로 모이려는 찰나, 설지후는 양손으로 창대를 거머쥐었다. 허리를 한껏 비틀어 몸을 회전시키며 창을 풍차처럼 휘둘렀다.

성난 폭풍이 휘몰아쳤다. 칼바람을 동반한 창날은 창칼을 자르고 화살을 날려 버렸다. 발톱은 닿기도 전에 팔뚝째로 잘려 허공을 날았으며 산성 액은 물보라처럼 흩어졌다. 육탄 공격해온 괴물은 허리가 두 동강이 나 고꾸라졌다.

그러나 잘린 상체가 땅에 나뒹굴기도 전에 전보다 2배는 넘어 보이는 공세가 이어졌다.

하나 더욱 기가 막힌 건 상대는 그 배나 되는 공격으로 맞받아쳤다는 것이다.

그저 창 한 번 찔렀을 뿐인데. 보이지 않는 창 수십 개가 우르르 쏟아져 전방을 덮쳤다. 구멍 난 전열이 무너지며 격한 아우성이 일었다.

설지후는 적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눈앞으로 2미터는 족히 넘는 거인이 가까워졌다. 무형창에 맞았는지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채 비틀거리는 중이다.

설지후가 들어 올린 창날에서 무려 넉 자가 넘는 금빛 검기가 튀어나왔다. 거인의 정수리에 닿은 검기는 시커먼 핏물과 살점을 튀기며, 사타구니까지 순식간에 내려왔다. 그러고도 모자라 지면을 베어 가르며 깊숙하게 틀어박혔다.

그때.

붕! 설지후가 공격한 틈을 타 비행체 몇 마리가 얼굴을 노리며 득달같이 들이닥쳤다.

2nd coming of avarice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