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화. 믿을 수 없는 미래 (1)
시간은 유수처럼 흘렀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패러사이트 여왕이 소멸한 날을 기점으로 딱 1년이 지났다.
나름대로, 아니. 수천수만 번을 기념해도 모자랄 만한 날이니만큼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모든 왕가가 공식적으로 합의하여 지정한 축제의 날. 이름하야 설지후의 날...이라고 명명하려 했지만, '정말로 이름을 그따위로 짓는다면 낙원은 패러사이트 여왕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마왕의 출현과 마주해야 할 것이다.'라는 설지후의 결사적인 항전으로 해방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어쨌든 해방의 날 당일 아침은 낙원을 축복하듯 맑고 아름다웠다.
또한, 매우 분주했다.
모두 종족을 가리지 않고 며칠 전부터 공들여 준비한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오전 때만 해도 분주하던 도시는 오후가 되자 더욱 정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해 질 녘 노을이 깔릴 즈음에 이르러 전 도시에서 축제의 장이 열렸다.
설지후도 가게를 운영하는 만큼 원래는 축제에 참여하려 했다.
타 도시는 물론 연방에서도 축제를 즐기러 오니 가게 홍보나 매상 등 모로 봐도 최고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종족이 뒤섞여 서로 어울리는 가게를 만들겠다는 설지후의 부푼 꿈은 결과적으로 좌절됐다.
에바의 행정관인 소르그 퀴네가 하루가 멀다고 찾아와 읍소했기 때문이다.
제발 부탁이니 축제 때 면 요리를 팔지 말아 달라고.
심지어 에바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모든 사람이 찾아와 '안 그래도 라면 가게 때문에 매출이 바닥을 치는 중인데, 제발 축제 때만큼이라도...!'라고 애걸복걸하니 설지후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가게를 하루 쉬고 연인과 같이 축제를 즐기기로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계획조차도 어그러졌다.
서유희와 팔짱을 끼고 나갈 때는 분명히 둘이었는데, 거리로 나서니 어느새 여덟 명으로 불었다.
김한나, 백혜주, 샬럿 아리야, 은유리, 초홍, 테레사, 피소라....
한두 명씩 은근슬쩍 따라붙더니 서로 깔깔거리며 웃고 떠드는 중이다.
'에라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설지후도 축제를 즐기기로 했다.
어스인도 적잖이 운영 측에 참여해서인지 할 만한 게 몇몇 보였다.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전 대표님 아니야!"
마침 당구대 주위에 서 있는 휴고가 손을 흔들며 아는 체를 했다.
"설! 어때. 한 게임 할래? 경품도 있는데."
"오. 휴고랑 붙는 거예요?"
"아니, 난 아니고. 선수는 따로 있지!"
휴고는 손사래를 치며 옆을 가리켰다. 딜런이 당구봉을 든 채 몸을 풀고 있었다.
"얘기는 들었어. 공 좀 친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