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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끝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진 탓에 밖 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축제가 벌어 지는 중이었다. 넓은 요새 곳곳에서 작게는 삼삼오오, 많게는 수십이 모여 왁자지껄 떠 들며 즐겁게 먹고 마시는 중이다.
유독 웃음이 큰 한 곳을 바라보니 인간과 아종을 가리지 않고 웃겨 죽겠다며 떼굴떼굴 구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호시노 우라라가 있었다.
"그래서 콰아아아! 하고 광선에 휩 쓸리더니 커으으으, 하면서 비틀, 비틀...."
몸을 휘청휘청하는 게 절제에게 당했을 적의 일그러진 친절을 흉내 내는 것 같다.
아마 정령 세계 전투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으리라.
"재밌는 사람이네."
가브리엘이 중얼거렸다. 설지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좀 전에 생각도 못 했던 제안을 들 은지라 상념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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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벌어지는 현장으로 천천히 걷던 가브리엘이 말을 걸었다.
"왜, 부담스러워?"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설지후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파격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해요. 인류는 확실히 변화가 필요하니까요."
"어쩌면 변혁이라는 말이 더 어울 릴지도 몰라. 어스인 중에서는 분명히 급격하다 여기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그 점이 걱정되는 거지?"
"걱정이라기보다는... 아까 말씀을 들어보니 문득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겨서요."
"뭔데? 물어봐."
"정말로 괜찮아요? 타락 천사와 관련된 건데."
"우리? 그렇게 말하니 더 궁금해지 는데."
"제가 알기로 타락 천사도 낙원 토종종이 아니라 외계종이라 들어서요. 패러사이트처럼."
가브리엘의 걸음이 잠깐 멈출 뻔했다가, 가까스로 다시 걷는다.
"타락 천사 종족이 낙원에 오게 된 이유는 뭐예요?"
가브리엘이 쓴웃음을 지었다.
"아, 이래서 기분 좋을 때 약속하면 안 됐는데."
약간 후회하는 어조로 말하더니 설지후를 흘겨봤다.
"못 말해줄 건 없는데... 꼭 듣고 싶어?"
"네. 개인적인 호기심이지만, 예전 부터 궁금해서요."
"어쩔 수 없네. 나름대로 사연이 있 다 보니 약간 길어질 텐데, 괜찮아?"
설지후는 머리를 끄덕거렸다.
가브리엘은 긴 한숨을 쉬더니 '어디부터 설명해야 하나...' 입맛을 다셨다.
잠깐의 공백 후, 말소리가 이어졌 다.
"옛날, 먼 옛날에 아주 커다란 전쟁 이 있었어. 온갖 미사여구를 빼고 말 하면 천사와 악마의 전쟁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