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귀신에게 홀리다.

25 0 0
                                    

어느 날 아침, 대학내 중앙홀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10명이상의 남학생들이 벽에 걸린 게시판 앞에서 무리를 짓고 있었다. 게시판에는 가장 눈에 띄는 곳에 2개의 공지사항이 걸려있었다. 그 중 하나는 최근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한 음악학과 2학년 송준우를 축하하는 관리실의 축하 메시지였고, 옆에는 국내 및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여러 번이나 대상을 받은 피아니스트 송준우의 독주 콘서트가 바로 그 날 저녁 8시 교내 낡은 콘서트장에서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축하해!»

«장하다, 준우야!»

«우리와 비교도 되지 않게 넌 정말 멋있는 녀석이야!»  게시판 근처에 서있던 학생들이 서로 앞다투어 환호의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키가 크고, 잘생긴 한 청년을 에워싸며 격렬히 축하해주었다.

이 인물 좋은 청년의 이름은 준우이며, 그는 언제나 교내 인기 스타였다. 그는 5개의 학년을 통틀어 가장 실력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으며, 교내 선생님들의 희망이자, 학교 전체의 자랑이었다. 그는 다양한 콩쿠르에서 항상 대상을 차지했으며, 빛이 나는 존재였다. 또한 교내 포르테피아노 학과에서도 그는 언제나 수석을 하였고,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다른 학생들이 감히 불만을 나타낼 수도 없었다.

2학년이 끝나갈 무렵, 유명한 국내 및 국제 콩쿠르에서 준우가 받은 상들이 이미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최근 그는 또다시 유명 포르테피아노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이러한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큰 글자로 적혀진 행정과의 축하말이 벽에 걸려있었다.

하지만 뛰어난 재능과 업적에도 불구하고 준우는 한 번도 자만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밝고 어울리기 좋아하는 평범하고 겸손한 청년이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그를 좋아했으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축하를 건내기도 했다. 만약 어떤 학생이 그의 성공을 질투한다고 하더라도 (성공에 대한 질투는 다른 학과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항상 솔직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심성이 착한 청년을 온 마음을 다해 싫어할 사람은 흔치 않았다.

자신의 축하해주는 환호를 받으며 준우는 미소를 지었다.

«너는 정말 최고야! 우리가 너를 따라간다는 것은 뭐랄까..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것과 같을 거야» 남학생들 중 한 명이 말했다.
«맞아, 맞아!» 다른 학생들이 수긍했다.
«아니야…»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로부터 수많은 칭찬을 받으니 준우는 조금 부끄러웠다.  

«에이, 너무 그렇게 부끄러워 하지 마, 우리 모두 너가 최고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태민은 웃으며 준우의 어깨를 토닥였다.

«운 좋은 자식! 이젠 가장 예쁜 여학생을 차지하는 일만 남았네!» 민기는 불쑥 말을 꺼냈다.

«맞다! 대상 탄다면 너와 사귈 거라고 제인이 약속했었지!» 민석이 얼른 민기를 거들었다.

제인의 이름과 그녀의 약속에 대해 말이 나오자 준우는 더욱 당황했다. 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고 그의 뺨은 바로 붉게 물들었다. 사실 그는 매우 긴장했다. 약속은 했지만 또 제인이 거절하면 어떡하지? 물론 제인은 자신의 말을 쉽게 바꿀 사람은 아니란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준우는 이미 오랫동안 그녀를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저기 봐! 제인이다!»

한 남학생이 뱉은 이 한마디에 준우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그와 같이 서 있는 여느 남학생들처럼 준우는 빠르게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중앙홀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크고 고급스러운 계단으로 여학생들이 1층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방금 전 남학생들 사이에서 언급되었던 제인이라는 여학생도 있었고, 그녀가 가장 눈에 띄게 아름다웠다. 제인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시선은 남학생 무리에서 준우를 빠르게 찾고 있었다. 제인과 준우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제인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고, 그녀의 미소에 준우의 얼굴은 환해졌으며, 그의 눈도 빛나기 시작했다. 준우는 그를 둘러싼 남학생들을 뚫고 지나가 계단으로 향했다. 준우를 본 제인과 그녀의 친구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준우와 제인은 세 발자국 되는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서있었다.  

대학의 중앙홀은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소음으로 인해 매우 시끄러웠으나, 현재 계단 근처는 준우를 휘감는 어색한 고요함이 가득했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웃고 떠들던 남학생들 역시 긴장한듯 입을 다물었으며 흥미롭게 이 모든 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준우가 오랜 기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제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녀가 콩쿠르 전에 남긴 약속에 대해 그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게시판 근처에서 무리를 지어 있는 남학생들은 그들 눈앞에서 펼쳐지는 로맨틱 드라마의 한 장면도 놓치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인 채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게시판과 계단사이의 거리는 적어도 10미터는 넘어 보였다. 뿐만 아니라 현재 중앙 홀에는 남의 사랑이야기를 알 일이 없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지나다녔고, 어떤 사람들은 시끄럽게 대화하기도 했다. 때문에 모든 대화내용을 들을 수는 없었고 지나다니는 인해 시야가 방해되어 놓치는 장면도 있었지만, 남학생들은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그들의 뛰어난 청각능력을 활용하려 온갖 애를 썼다.

You've reached the end of published parts.

⏰ Last updated: Jun 21, 2023 ⏰

Add this story to your Library to get notified about new parts!

"피아니스트" 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