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랭카스터 가문

45 0 0
                                    

 '랭카스터 가문'.

 1800년, 영국의 부잣집 가문 중 하나다. 약 100년 전부터 막대한 재산을 꾸려나간 이 가문은, 피가 흐르고 흘러 두 딸과 장남이 후계자로 발탁될 때까지 이어져갔다. 

 그 후계자들은 19세 장남 '제이미 랭카스터', 17세 '메럴딘 랭카스터', 14세 '루스 랭카스터'였다. 그들은 대대로 이어져 온 랭카스터 가문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났다. 특히나 유력한 후계자인 제이미는 책임감과 리더십이 훌륭하여 이웃들에게서도 인기가 많았다. 제이미는 이에 우쭐대지 않고, 여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며 잘생기고 총명한 남자로 자라났다. 

 메럴딘 랭카스터. 그녀는 내년에 정식으로 성인이 될 것에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메럴딘에게 조신하게 굴며 놀라고들 말했지만, 그녀는 오빠와 함께 뛰며 잔디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성인에 다다른 나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동심에 가득 차 있었다.

 루스 랭카스터. 막내 여동생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그녀는 언니와 달리 조금 조용한 편이었다. 한창 깔깔거릴 나이지만 다른 아이들과 몰려다니지 않고 앞마당 잔디밭에서 책을 읽었으며, 티타임을 즐기곤 했다. 가끔 주위 사람들은 '메럴딘과 루스가 바뀐 것 같다'고들 말했다.




 "차 한잔 할 시간입니다, 아가씨! 아, 아가씨는 또 어디로 가셨담?"

하녀 '세라'가 별장 문을 열며 소리쳤다. 밖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순간 빗방울이 거세게 세라의 얼굴을 때리자, 황급히 얼굴을 닦아냈다.

 "메럴딘 아가씨!"


세라가 다시 소리를 쳤다. 곧 저 멀리에서 잔디의 자박자박 소리가 급하게 들리더니, 비에 쫄딱 맞은 메럴딘이 뛰어왔다. 비 때문에 팔에 찰싹 붙은 자주색 드레스 너머로 길게 묶은 갈색 머리카락이 빗방울을 휘날리며 따랐다.


 "아가씨, 또 어쩌다가 이렇게 비를...!"


 "전 신경쓰지 마세요, 세라. 어서 들어가요."


메럴딘이 대충 손으로 머리의 물을 털며 말했다.


 "하, 하지만 아가씨가 이렇게 젖어서 들어오시면... 마님께 혼나는 건 저라고요!"


세라가 우렁찬 비 소리 너머로 외쳤다.


 "걱정 마요. 저 알잖아요, 변명 잘 하는거."


메럴딘이 씩 웃으며 젖은 구두를 신은 채 그대로 별장으로 들어갔다. 세라는 고개를 저으며, 그러나 미소를 띠며 메럴딘을 따라 들어갔다.





피가 내리는 어느 저녁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