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띠링
가게를 들어선 순간 쿠모리의 눈앞에는 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눈부신 광경이 펼쳐졌다. 말 그대로였다. 작지만 아주 많은 조명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고 커다랗고 말로는 표현할 수도 없이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그 작은 조명들의 왕이라도 된 듯 중간에 묵직하게 걸려있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금색 벽들에는 여러 가지 장식품들도 달려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가득 찬 방 끝에는 마찬가지로 꾸며진 하나의 문과 그 옆에 작은 스툴 (stool)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 작은 스툴 위에는 작은 젤리 하나가 있었다. 왜인지 함부로 건드리면 안될 것 같았기에 쿠모리는 그것을 무시한 채 근사해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바깥 광경과는 다르게 매우 평범하고 작은 방이었다. 눈앞에는 검은 커튼이 방 중간을 가르고 있었다.
? - 이름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쿠모리는 깜짝 놀랐다..
? - 앉으시죠.
쿠모리는 그때서야 커튼 앞에 있는 의자를 봤는지 가서 앉았다
? - 이름
커튼 뒤에서의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되게 차갑고 딱딱한 말투였다.
쿠모리 - 쿠모리 나입니다.
커튼 뒤에서는 뭔가를 쓰는 듯한 사각사각 소리가 들렸다.
? - 생년 월일
쿠모리 - 2002년 02월 01일입니다
사각사각..
? - 무슨 감정을 가지고 오셨죠?
쿠모리 - 슬픔을 가지고 왔습니다.
커튼 사이로 손이 쓱 나오자 쿠모리는 가지고 왔던 자기의 슬픔을 그 손 위에 올려놓았다. 손이 커튼 사이로 다시 들어가더니 잠깐의 정적 후에 다시 커튼 뒤에 목소리가 말했다.
?- 슬픔은 이미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팔아서 그렇게 좋은 가치는 못됩니다. 그 말은 즉, 저희가 줄 수 있는 제품들도 그리 좋은 가치의 물건들은 못 될 것이라는 뜻이지요. 그래도 괜찮나요?
쿠모리는 씁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쿠모리 - 괜찮아요. 저는 슬픔을 팔려는 목적으로 온 것이지 큰 것을 바라고 온 것이 아니니까요.
? - 슬픔을 팔려는 이유는 무엇이죠?
뜻밖에 질문에 쿠모리는 당황했다.
쿠모리 - 음.. 글쎄요.. 누구든지 슬프기 싫은 건 다 똑같지 않을까요? 당신이 말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슬픔을 팔려는 이유도 그 때문이겠지요. 인생은 너무나도 길어요. 그런데 그 긴 인생 중에 행복은 아주 조금씩, 가끔가다 있을까 말까 하고 나머지는 다 슬픔으로 가득 차 있어요.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지금까지 그렇게 우울하게만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는 행복하게만 살고 싶어요.
커튼 사이로 종이 한 장이 나왔다.
? - 잘 읽어보시고 사인하시면 됩니다
자세히 보니 계약서였다.
보통 계약서들과 다를 것 없는 내용에 쿠모리는 사인을 하려고 했지만, 펜이 없었다.
쿠모리 - 아 저기 사인 좀 하게 펜 좀 주실 수 있나요..
? - 아, 깜빡했네요.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쿠모리에 손가락 끝에서는 피 한 방울이 나와 계약서 위에 퍼졌다.
쿠모리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쿠모리와 의문의 목소리를 가르고 있던 커튼이 갑자기 휙 하고 양옆으로 펼쳐졌다.
펼쳐진 커튼 뒤에는 조금은 어려 보이는 한 18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놀라서 벙찌고 있는 쿠모리를 무시한 채 그 아이는 입을 열었다.
"그럼 거래를 시작하죠."
여전히 차가운 말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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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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