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몇 번 내리고 몇 밤 지나더니 거짓말처럼 폭염이 지나갔다. 그 무덥던 여름이 지나감에 기뻐해야하는 게 사실인데 막상 그렇지도 않다. 결국 무엇이든 지나가면 전부 다 아쉽고, 아련하다. 그것이 폭염이든, 날 무던히도 괴롭히던 인연이었든. 왜냐하면 폭염엔 우리들 모두 일탈의 추억이 있으며, 날 괴롭히던 인연에는 함께 나눈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 머리 속에 고스란히 남아 지나간 그 순간들을 그립게 한다. 무더위에 떠난 바다는 그렇게도 신이 났고, 질기던 인연 중에도 행복한 기억들은 있다. 결국 우리들은 평생을 지나가는 것에 아쉬워하며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지나가기를 바라던 것들은 막상 지나가면, 그 순간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그제야 보이기 시작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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