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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디에도 좋은 눈은 없다. 그 위치에 맞는 눈이 있을 뿐이다. 어떤 날에는 눈에게 있어 쉽게 흩어지는 것이 일찍이도 새벽을 깨우는 이들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일이다. 또 어떤 날에는 수북하게 쌓이는 것이 아름다운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연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떤 순간에는 잘 뭉치는 눈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이고, 반대로 잘 녹는 눈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각자 위치에 맞는 눈이 있는 것처럼, 우리 또한 그렇다는 것이다. 어디에서 잘하지 못해서 또는 어디에서 잘했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 없고, 자랑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다 때에 맞게 도움이 되고 불필요함도 될 수 있을 뿐이니. 그 언제의 때가 당신을 어딘가에 맞는 좋은 사람으로 만들 것이니. 그러니 모든 노력들이 저기 저 얕게 쌓인 눈처럼 쉽게 흩어질 것만 같다고 해서 깊게 아쉬워할 필요 없고, 또 수북이 쌓여간다 해서 쉽게 자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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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굳이 무언가 해야겠다고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다. 할 일 없이 녹아내리는 것도 눈이 봄을 위하여 해야 할 일이다. 그러니 내가 아무것에도 쓸모없는 사람인 것만 같아서, 후회하고 스스로에게 질책했던 많은 순간들에게 당신만큼은 쓸모없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따뜻해질 날들을 위하여, 그 아픈 시간들이 꼭 필요한 일임을 알고 슬픔에 녹아내리는 것. 눈이 따뜻한 봄을 위해 스스로 녹아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면 다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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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어서 눈을 감을 수 있고 아침이 되어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언제는 때가 되어 물러나는 것이 태양에게 있어 수많은 피곤을 위하여 해야 할 일인 것이자, 힘차게 솟아오르는 것 또한 수많은 꽃을 위하여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그러니 속상한 일이 있어서, 힘든 일이 있어서 마음이 무거울 때에는 내려놓아도 괜찮다. 지는 것도 솟아오르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한 것이다.
긴 새벽동안 당신의 반대편에는 빛이 환하게 들을 것이니, 그 힘으로 인하여 다시 피어나는 것 또한 결국, 당신이 잘 해내야 할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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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언제는 깨끗하게 사라지는 것이 맑은 하늘을 위하여 구름이 해야 하는 일이고. 언제는 비가 되어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것 또한 수많은 생을 위하여 구름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니 오늘 울어도 괜찮다. 맑게 개어진 당신의 표정도, 그늘 가득한 눈가에서 흘러내리는 눈물도 당신의 마음이 썩어나지 않도록 필요한 것임을 알고 유하게 흘러가면 된다.
그래도 나에게는 그늘만이 있을 것 같이 느껴지는 그런 어두운 날에는 이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모든 맑은 날은 하늘이 깨질 듯 울고 난 후에야 태어날 수 있다는 것. 당신이 태어난 그 기적처럼 말이다.
- i feulip felix i fleh flyinggg
- JoinedSeptember 10, 2018
- website: carrotfelixtralala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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