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시시때대로 찾아오지 않는다.
적어도 운명적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아주 가끔 우연히 찾아드는 극적인 순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운명이다.
그래서 운명의 또다른 이름은 타이밍이다.
만일 오늘 그 망할 신호등이 한번도 걸리지 않았다면,
그 빌어먹을 빨간 신호등이 한번이라도 도와줬다면,
난 지금 운명처럼 그녀 앞에 서 있을 지 모른다.
내 첫사랑은 늘 그 거지같은, 그 거지같은
타이밍에 발목잡혔다.
그 빌어먹을 타이밍에.

그러나 운명은 그리고 타이밍은 그저 찾아드는 우연이 아니다.
간절함을 향한 숱한 선택들이 만들어내는 기적같은 순간이다.
​주저없는 포기와 망설임없는 결정들이 타이밍을 만든다.
그녀석이 더 간절했고 난 더 용기를 내야했다.
나빴던 건 신호등이 아니라, 타이밍이 아니라 내 수많은 망설임들이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열어보기 전엔 무엇을 잡을 지 알 수가 없다.
쓰디 쓴 초콜릿을 집어들어도 어쩔 수 없다.
그게 내가 선택한 운명이다.
후회할 것도, 질질 짤 것도, 가슴 아플 것도 없다.​

-응답하라 1988
  • JoinedNovember 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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