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활동과 유령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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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반에서 자기소개를 했다. 내가 여기서 유일하게 동양인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여기선 내가 제일 강한 학생이라서 그런 지 나름대로 배려는 해주는 것 같다. 물론, 아니었으면 십중팔구 재판까지 갔겠지만.

여튼 오늘은 교수 님께서 학과와 관련된 동아리 활동은 매주 금요일마다 1회 이상은 하라고 하셔서 휴대폰으로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 로그인을 한 뒤 학교 내 모든 동아리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려는 찰나였다. 경민은 어제 만났던 그 여학생이 말한 동아리의 이름을 떠올렸고, 이내 검색창에  동아리 이름을 검색했다.

'천문학 매니아들의 우주 탐사'

"...."

경민은 아까 그 여학생이 남기고 간 팜플렛을 보았다.

"....메인 건물의 제2강당?"

경민은 팜플렛에 적힌 동아리의 위치를 확인했다. 마침 다들 동아리를 찾으러 갔으니 나도 슬슬 찾으러 가볼까나? 경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동아리를 찾으러 갔다.



"으음... 이제 올 떄가 됐는데... 아, 저기 있다!"

안경을 쓴 여학생, 캐서린이 강당으로 들어오는 경민을 발견했다.

"아, 캐서린."

"우주 탐사 동아리에 온 걸 환영해!"

"고마워. 사실 나도 우주 과학엔 관심이 많았거든."

"그렇구나. 아무튼 어서 와! 자리는 저기에 있어! 아, 그리고 내가 동아리 가입 신청서를 줄테니까 저기 의자에 앉아서 신청서 쓰고 건의안에 넣어서 제출해줘."

"알겠어."

경민은 그렇게 대답하고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신청서를 책상 위에 놓고 펜으로 신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플루토니아 P. 나이트엠페러... 960226..."

경민은 차근차근 하면서도 빠르게 신청서를 써내려 갔다. 신청서를 모두 작성한 경민은 작성한 신청서를 들고 건의안 상자에 넣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

그렇게 학생들이 모이고, 동아리 회장이 나타나 동아리에 대한 설명과 규칙을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동아리의 활동은 다음과 같으니 잘 참고해주세요."

회장의 말과 함께 각 학생들에게 동아리에 대한 설명과 시간표가 적혀 있는 안내서(종이)를 받았다.

'경민아.'

중년 남성의 목소리에 경민은 고개를 돌려 남성을 보았다.

"...?"

푸른 빛을 내는 유령의 목소리에 "네, 아빠."라고 대답했다.

'내가 최근에 이곳에 눌러 사는 지박령을 보았단다.'

'지박령이요?'

'그래, 둘이나 있더구나.'

'...악령은 아니죠?'

'하나는 아니지만, 다른 하나가 아주 지독한 악령이라고 그 유령이 말하더구나.'

"...."

'그 유령이 지금 이곳에 있다고 하더구나. 조심하거라.'

'...네, 아빠.'

경민은 시선을 둘러 주변을 살펴 보았다. 아직 느껴지는 건 없는데...

일단 그녀는 동아리 활동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오후 4시 30분이 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대부분의 학생들이 강당을 빠져 나갔다. 다른 동아리 간부 회원들도 장비를 모두 챙기고 강당을 빠져 나갔다.

'경민아. 경민아!'

잠시 졸고 있던 경민이 영혼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뜨려는 찰나였다. 검붉은 기운으로 가득 찬 공간 속에서 경민의 눈 앞에 붉은 색 영혼이 나타났다.

"Oh, du solltest nicht hier sein."

(이런, 귀여운 아가씨가 여기서 이러면 안되지.)

"...."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경민의 시선에 검은색 군복을 입은 붉은 영혼이 그의 손으로 경민의 얼굴을 매만졌다.

"...."

경민은 그의 왼쪽 완장에 그려진 스와티카 문장을 보았다. 나치 독일이구나. 그때,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당장 그 아이를 놔라, 제3제국!"

그리고는 경민의 등에 서늘한 감각이 느껴지더니 이내 누군가 경민의 뒤에서 그녀를 끌어당겼다. 뭐야?!! 대체 뭔데?!! 경민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쳇, 방해꾼이 나타났군."

"독일 제3제국..."

"...."

영혼 2명의 사이에 낀 경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으아, 이게 대체 뭔 일이래... 그러든 말든 나치 독일은 기가 쎈 영혼의 등장에 쥐도새도 없이 사라졌다.

"...."

"...괜찮느냐?"

"에, 에... 네?"

"...하마터면 네가 그 자의 먹잇감이 될 뻔 했구나."

"에... 그... 감사...합니다..."

나치 독일과는 또 다른 붉은 영혼이 경민을 놓아주었다. 덩치가 굉장히 크고 베이지색 겨울코트로 잔뜩 둘러싸여 있으며 머리엔 우샨카를 쓰고 오른족 눈엔 안대를 쓰고 있었다.

"보아하니 네가 그 블랙홀이구나. 맞지?"

"...네, 어떻게 아셨어요?"

그러자 붉은 영혼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후후후, 우리 귀신들은 인간이 보지 못하는 걸 보고 듣지 못하는 걸 들으니까."

"아아..."

"네 옆에 있는 귀신은 누구니?"

"아, 이 분이요? 저희 아버지이세요. 전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잃었거든요. 지금은 새 아빠가 있어서 괜찮지만요."

"그렇구나. 아무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건... 역시 내 기가 강해서 그런 건가."

"아마도요."

"여튼 조심해서 가거라. 조금 있으면 오후 5시이니까."

"네?"

"...설마 시계도 안본 게냐?"

"아..."

경민의 대답에 붉은 영혼은 한숨을 쉬었다.

"...같이 갈까? 물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텔레파시가 가능하단다."

"좋아요. 아, 참. 전 '경민'이에요. 아저씨는요?"

"나?"

"네. 어느 귀신이나 이름은 다 있을 거잖아요."

"..."

붉은 유령은 경민은 유심히 쳐다보더니 이내 싱긋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냥 '소비에트 아저씨'라고 불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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