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유환: 막 서류를 끝냈다.
유환은 박람회 코디네이터 14년 차 베터랑이다.
한국에서 주최된 내 놓으라는 박람회는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갔다.
때론 프리랜서로 뛰며 그 세계에서는 이름이 있는 코디네이터다.
작년 결혼 3년차에 아내의 갑작스런 죽음이 찾아왔다.
늦각이 결혼이라 연애도 없이 결혼하고 달콤한 신혼을 즐기던 기간에
아내는 갑자기 그의 인생에서 사라졌다.
박람회 일로 홍콩에 가 있는 사이 바쁜 일정에 부음도 받지 못하였고
부랴부랴 달려 왔을 땐 그 녀는 한줌의 재로 남아 있었다.
3년 반의 그 녀의 자리는 정말 샛별처럼 지나가 버렸다.
그 후로 줄곧 일에만 전념해왔다.
그렇게 만 37세 겨울이 깊어지고 있었다.
제임스:손목시계를 계속 확인하고는
지 코디님 가시죠? 저 좀 퇴근시켜 주세요.
본명 최 지훈.
워낙에 출장이 많아 스스로 제임스라 불러 달란다.
지유환:알았다.
그래 가자 제임스.
이 번엔 또 누구?
빨리 가자고 보채는걸 보니...
제임스: 까만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며
모든걸 완비했으면 서비스를 제공해야 이치에 맞죠.
미스양 아시죠?
저녁 먹기로 했어요.
유환: 그 콧대 높은 미스양도 넘어 간거야?
제임스: 식은 죽 먹기죠 ㅋㅋㅋ.
형...아니 지코디님도 이제 그만 울상하시고 즐기시죠?
취직하고 말수가 적고 조금은 차가운듯 보이지만
합리적이고 영리한 유환을 언제부턴가 사석에서 형이라 부르고 있다.
여자들과는 잘 풀리는 지훈은 남자들과는 잘풀리지 않는데
유환만큼은 친형처럼 따른다.
남자들과 친하지 못하는 지훈에겐 만 31세에 만난 행운이였다.
불행히도 남자들의 질투도 여자들것과 못지않아
찍는 여자들마다 잘 되는 지훈이 남자들 사이에서는 눈에 가시였다.
특히 20대 짝짓기 시기엔 지훈이란 놈은 연적,
그러기에 반드시 제거 되어야할 놈이였다.
그게 아니면 지훈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오로지 그에 대한 미움과 질투로 가득한 치졸한 인간으로 변해버리기 일 수 였다.
잘생긴얼굴, 훤칠한 키, 학벌, 스타일,언변...
옆에 있으면 열등감 외에는 느껴지지 않는,
그리고 쓰레기라고 치부해 버리고 싶은
질투감 외에는 느껴지지 않는 놈이였다.
거기에다 그런 열등감 속아지들을 배려해 줄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는 사람이
바로 최지훈이였다.
이래 저래 지훈이 치졸한 남자들의 질투에 신물이 나던 20대 말에 유환을 만났다.
지훈 스스로도 위기감이 느껴지는 외모도 그렇고
유환은 말이 없고 열등감도, 참견도, 선입관도 없는 사람이였다.
첨엔 갖고 싶은 여자만큼이나 더 강열하게 원하는 사람? 남자였다.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유환은 지훈을 그저 부하 직원으로 받아주었다.
이 간단한 일이 지훈에게는 말하지 못할 감동적인 사건 이였다.
스스로도 질투가 느껴지지만
자신과 다르게 조신한 유환을
지훈은 마음으로 따르기로 하였다.
그래서 유환은 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