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프롤로그
엄마..........
엄마.....................엄마................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눈부신 빛과 함께 내 눈에 들어온 나의 작은 딸아이가 맑고 큰 눈망울을 굴리며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 엄마, 왜 자면서 울어? "
딸아이의 질문에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나는 축축히 젖은 배게 밑으로 떨어지고 있는
눈물을 느낄 수 있었다.
작고 보드라운 손이 내 뺨 위에 닿는다. 엄마의 눈물을 정성스레 닦아주는 딸아이.
" 엄마가 꿈을 꿨나봐. "
" 무슨 꿈인데? "
" 깨어나면 기억나지 않는 꿈....
우리 하늘이 학교 갔다 왔어? "
나는 딸아이를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리며 미소 짓는다.
아이는 책가방을 바닥에 벗어 던지고 쪼르르 내 두 팔 안으로 안겨든다.
" 엄마. "
" 응. "
나는 딸아이의 고운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더니 벌써 10살이 되버린 나의 예쁜 딸.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보물인 하늘이는 내가 살아가는 절대적인 이유이다.
" 내일 학예회 있어. 엄마 꼭 올 거지? "
" 그럼. 꼭 가야지. "
" 애들이 우리 엄마 젊고 이쁘다고 막 부러워한다~
난 그래서 엄마가 학교 오는 게 너무 좋아~ "
나는 조용히 미소를 띄우며 사랑스러운 딸아이를 가슴에 꼬옥 끌어안는다.
나는 미혼모다.
19살에 아이를 낳아 혼자 키우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늘이는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게 자랐다. 그래서 나는 늘 감사한다.
하늘이를 주신 하느님께도.......
그리고........
그 사람에게도........
" 엄마, 내일도 사진 찍어 줄 거지?
우리 엄마 사진작가라고 애들한테 막 자랑했단 말이야~
제일 멋진 카메라 들고 와야 돼. 알았지? "
" 그럼~ 당연하지. "
내 방 하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많은 사진 액자들을 둘러본다.
내 직업은 사진작가다.
운 좋게 일찍 재능을 인정받아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진작가.
며칠 안 있으면 갤러리에서 내 이름을 내건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유다안 사진전』
" 근데 있지. 엄마.... "
" 응? "
내 눈을 따라 하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늘이가 묻는다.
" 왜 아빠 사진은 한 장도 없어? "
".............."
" 나는 아빠 얼굴이 궁금해.
나랑 닮았어? 안 닮았어? 닮았으면 어디가 닮았어?
한번도 못봐서 아빠 얼굴이 참 궁금해. "
" 아주 많이 닮았지... "
나의 쓸쓸한 중얼거림에 하늘이는 더욱 바짝 다가오며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말한다.
" 엄마, 그림으로 그려줘. 엄마 그림 잘 그리잖아.
아빠 얼굴 그려줘. 얼른~ "
오늘따라 유난히 보채는 하늘이를 보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음을 짐작한다.
아직 어리지만 씩씩하고 의젓한 하늘이는 학교에서 무슨 속상한 일이 있어도 집에 와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