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만, 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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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허억, 억...."

하늘에서 빗방울이 야속하게도 수없이 떨어지던 날, 나는 우산을 씌워줄 사람 하나 없이 도시의 거리를 달려가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눈에서는 눈물이 고이다 못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고, 추위에 발개져 얼어있는 손은 내 몸 만한 짐가방 두 개를 꼭 쥐고 있었다.

꼭, 저 지옥에서 도망쳐야 해.

채 삼키지 못한 숨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라 턱턱 막혀왔다.
눈물이 앞을 가린 내 눈 앞으로 높은 건물에 반짝이는 유리 수천 장이 보였다.

...저 건물이다.

나는 눈물을 삼키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몇 호 였더라..."

주머니에서 꾸깃꾸깃 해지고 푹 젖어 찢어지기 직전인 종이를 꺼냈다. 잉크가 번져서 알아보기 힘들었다.

"삼백...팔...?"

308호? 그럼 3층이네.

몸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대충 털어내고,
문을 열고 들어섰다.
로비에 있던 몇몇의 사람들이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이럴수록 더 당당해 져야 해,

몸을 더 꼿꼿이 세우고 고개를 들었다.

띵—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푹 젖은 짐 가방들을
내려놓고 3층을 눌렀다.
혼자 올라가는 그 짧은 몇초의 순간,
내 스스로 내 처지가 너무 비참해서 울컥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을 잃고 울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살짝 들었다.

"...헉!!!"

한 남자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아, 정말 죄송해요...!"

나는 눈물을 닦을 틈도 없이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
밖으로 뛰쳐나갔다.

"야! 거기 너!"

뭐지...? 왜 날 부르는 거야?
내가 뭘 잘못했나?

못들은 척 쏜살같이 308호로 들어가 버렸다.
문을 닫고 넓은 집 안을 둘러보자 비로서 어딘가 정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이제부터 내 집이야..."

걱정보다는 행복이 먼저 다가왔다.
너무 지친 나머지 침대위에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고 말았다.

쓰다 만, 설탕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