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만, 설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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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익숙한 방 한가운데 있었다.
온통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하얗고,
가구 따위는 보이지 않는 방.
내가 왜 다시 여기에 돌아와 있는거지?
밖으로 나가기가 무서웠다.
방 밖으로 나가면, 또 그가 날 찾아낼까봐...

쿵-! 쿵-! 쿵-쿵-쿵!!!

무슨 소리지?
설마...그가 날 찾아낸 건가?

나는 눈을 꼭 감고 문 뒤에 애써 숨으려 해보았다.

!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고, 돌아보니 나는 새 집의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쿵-쿵-쿵!

문에서 나는 소리였다.
도어락을 잠그고 틈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밖에 있는 사람은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날 쳐다보던
아저씨였다.

"야, 거기 너 ㅇ ㅣ..."

"누구세요? 설마 아까 전 엘리베이터 일 때문에 오신 건가요? 그 일은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이제 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사정이 있어서..."

"아니 무슨 소리야. 아까 급히 나가느라 들고 있던 목걸이를 흘리고 가서 전해 주려고 했던 건데. 목걸이를 왜 들고 다니냐? 목에 걸고 다녀야지."

"아...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여기서 혼자 사는 거야?"

"네...오늘부터 혼자 살게 되었어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좀 사정이 있어서..."

"그래, 난 309호에서 살아. 앞으로 자주 보겠네. 이웃인데 통성명이라도 하자. 이름이 뭐냐?"

"저, 이...하민이라고 해요. 아저씨는요?"

"아저씨...? 야, 나 27살 밖에 안 되었거든? 어쨌든 내 이름은 민윤기."

"예! 민윤기 아저씨,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지내요."

라고 말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아저씨는,

"그래,"

하고 대답하며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내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그렇게 헤어지고 문을 닫고 집에 들어간 후 민윤기라는 아저씨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키는 나보다 많이 크지는 않고, 엄청 하얀데다가, 목걸이를 쥐여주던 손은 좀 컸던 것 같고, 웃을 때는 꽤 귀엽ㄷ...

아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만난지 5분도 안됐는데.
그리고 저 사람이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는데 아무나 믿으면 안 돼.
엄마 목걸이를 돌려준 건 정말 고맙지만...

나는 엄마의 목걸이를 손에 꼭 쥐었다가 목걸이에 달려 있는 펜던트를 열어 보았다.
예쁜 얼굴에 행복하게 웃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이 사진은 내가 9살 때, 그러니까 10년전 엄마랑 나랑 같이 찍은 건데.
나는 짜증난 것처럼 나왔는데 엄마는 참 예쁘네.
엄마 보고 싶다...

또다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아니야. 자꾸 울면 안 되지. 내가 지금 할 게 얼마나 많은데.
마음을 다잡고 짐을 풀고 집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집은 60평 정도로 혼자 살기엔 꽤 큰 편이었다.
이 오피스텔이 비싸기로 유명하니까...
비싼 만큼 좋기는 하네.
그의 집에서 도망치기 전 모든 계획을 철저히 세워 놓았다.
그가 새 여자친구와 살기로 해서 사 놓고 가구까지 다 배치해 놓은 집의 비밀번호와 주소를 알아내서 잠입한 것이다.
이 곳이 유일하게 생활이 가능한 곳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집에서 탈출한 후 살 곳이 없었다.

19년 인생동안 지인은 커녕 친구도 거의 없었고, 있었던 친구들마저 이상한 소문으로 인해 나를 다 떠나버렸다.

아직은 불안전한 상황이다. 그는 아직 내가 이곳에 있는 걸 모른다.
일단은 여기서 지내며 학교를 다니고 돈을 모으면서 다른 집을 찾아보아야 한다.

또다시 그에게 폭행을 당하며 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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