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 시점-
그 날도 여전히 방에서 미디 장비들로 곡을 만들고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믹스테잎 한 개와 프로듀싱 작업을 마치고 시계를 들여다 보자 그제야 내가 7시간 내내 밥도 안 먹고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실로 비척비척 걸어가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반찬이 하나도 없었다.
워낙 혼자 있을 땐 잘 안 챙겨 먹는 스타일이라 반찬이 동난지도 모르고 있었다."밥만 먹긴 좀 그런데...이거 어쩌냐...나가긴 귀찮고."
결국 나가서 먹을 거리를 좀 사오기로 했다.
대충 겉옷을 입고 우산과 지갑을 챙긴 후 51시간만에 드디어 집 밖으로 나갔다.엘리베이터가 마침 1층에 있길래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내려감'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올라 오면서 흐느끼는 소리가 점점 크기 들렸다."뭐야, 환청인가."
그다음 열린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서 있는 건 긴 머리를 산발로 하고 울고 있는 여자애였다.
솔직히 순간 놀라서 움찔했다.대충 보니까 집 나왔다가 다시 들어오는 건가?
그건 아닐텐데.
3층에는 내 집이랑 309호 밖에 없잖아.
또 309호 살던 아주머니 부부는 몇 달 전 이사 가셨다던데.그럼 얘가 새로운 이웃인가?
혼자 온 거 같은데...기껏 해야 18에서 20살 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이렇게 그 여자애를 보면서 고민을 하고 있었던 때였다.
그 여자애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날 쳐다보더니 정말 죄송하다며 짐을 들고 뛰쳐나갔다.응? 방금 쨍그랑 소리가 난 것 같은데.
바닥을 살펴보니 웬 목걸이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저 여자애 건가 보네."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고 마트로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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