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현, 정재민 그리고 나, 서민희. 우리는 하교 트리오다. 팔분의 칠이 반대쪽으로 가거나, 부모가 데리러 오거나 버스를 타니 그럴수 밖에. 셋이 걸어가는 길은 나쁘진 않지만 솔직히 때마다 우리반 여자애들중 한명도 같이 다녔으면 한다. 왜냐? 지현이나 나중 한명이 입을 열면 다른 한명은 토달기 일쑤라서. 어릴적부터 알던 사이이니 편한 사이인듯 하지만 너무 편해진것 같다. 윤지현과 나 사이에는 언제마 정재민이 걷는다. 우리 둘 보다 키가 큰데 마치 벽 같은 역할을 한다. 걔가 말하기를:
"내가 없다면 너희들은 벌써 몸싸움 시작했을거다."
역시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언데나 싸우고 다니는건 아니다. 우리도 나이가 들을수록 철은 좀 드니까. 하교중 말은 내가 거의 시작한다. 그러면 정재민은 이어서 이야기를 하고 윤지현은 몆분마다 코멘트 하나씩. 중3 졸업하고 나서 말이 부쩍 줄은것 같다.
오늘은 화요일. 화요일은 "떡볶이 화요일"이다. 우리 학교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틀어져서 모퉁이를 2번 돌고 작은 호수를 지나면 더더욱 작은 떡볶이 카트가 서있다. 그뒤엔 올해 53세가 되시는 아주머니가 늘 땀흘리고 게신다. 떡볶이를 굽는 판위엔 큰 파라솔이 하나 펼쳐 있지만, 하도 낡은거라 구멍투성이다.
"언니, 떡볶이 3인분이요~"
"아유, 민희 또 왔구나."
나이 차이가 한 37살 나지만 난 아주머니를 언니라 부른다. 아주머니도 이렇게 불러드리면 언제나 활짝 웃어 주신다. 아주머니에겐 쌍둥이가 있는데 아버지가 없다; 4년전 다른여자에게 떠나셨으니까. 보통 주부들은 그 나이에 남편은 잃으면 할수 있는게 별로 없고, 해볼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떡볶이 아주머니는 요즘 20대 재벌들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이신다. 사람들은 이 사정을 잘 모르지만 아주머니의 힘찬 모습에 언제나 한봉지씩 사간다.
우리의 전용 분식 시식 장소는 호수 옆의 커다란 벛꽃나무 밑이다. 원래는 이런곳이 사람들이 와글와글할 장소지만 이 나무의 소문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 구미호가 여자 아이로 변신해서 어떤 남학생을 사랑했는데 "내가 어떻게 변하든 사랑해줄꺼야?"라고 물었더니 남학생은 "응"이라고 대답했는데, 구미호가 꼬리를 보여주자 남학생이 기겁을하고 여학생을 공격했다 한다. 구미호는 배신감을 느껴 남학생을 죽이고 자기도 사랑을 잃자 이 나무의 제일 굵은 가지에 목을 매어 죽었다고... 그리고 이 나무를 너무 가까이 하는 커플들은 남자가 먼저 죽고 여자가 다음으로 미친다는 미신이다. 이 이야기는 아마도 커플들을 멀리하게 할지 모르지만 나머지 사람들, 아이들, 솔로들, 모두 이 나무를 피한다. 역시 죽음이란 단어 자체가 두려우니까. 하지만 우리를 이걸 믿지도 않는데다가 커플도 아니니 딩동댕. 완벽한 자리다. 신경쓰이는데 있다면 우리가 여기에 앉은때마다 느껴지는 눈초리들과 사람들이 종종 미신을 반복해주러 한다는 것이다.
"야, 네거나 먹어."
우리중 먹보는 윤지현이다. 앉은지 5분안에 자기껀 해치우고 나나 재민이껄 넘본다. 정재민은 이것에 대비하느라고 점점 먹는속도가 윤지현레벨이 되는듯 하다.
"너 다이어트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줘."
"하하,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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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빌딩 배틀
Roman pour Adolescents유치원때부터 시작해서 고1까지 라이벌인 민희와 지현. 새로운것에 도전한다. Cover art belongs to Ian Olymp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