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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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로그 (코드 : 203004051)

     새로운 여자애가 신입으로 들어온 모양이다.
     그 점은 바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는 것에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애들이 와장창 소리를 내면서 펜과 필통을 던져놓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옆에 앉아있던 그레이스는 푸른 눈동자를 나에게 굴리면서 "안 나가?" 라고 말했다. 정말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녀는 씩 웃고는 나에게 10분 안에 오지 않으면 오늘 저녁 간식을 다 빼앗아 먹어버리겠다고 말하고는 흰 실내복을 입은 다른 애들을 따라 복도로 들어갔다.

     나는 내 교실에서 조용히 빠져나와 반짝거리는 은색 복도로 들어갔다.
     뚜벅뚜벅거리는 신발소리와 함께 끝없이 펼쳐지는 복도,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형광등. 우리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자 집, 그리고 학교였다. 걸어가면서 옆을 바라보니 우리 학교의 로고이자 이름, 아이작 (ISSAC)이 벽에 새겨져 있었다. 나는 다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와 복도에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을 듣고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오른쪽으로 돌고, 왼쪽으로 한번 돌고 나자 소리가 더 커져왔다. 나는 거의 날 듯이 뛰어 가기 시작했다. 신입생이 웬지 기대되어졌다. 천장에 달려있는 은색 표지판을 따라 복도를 돌아다니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차역. 그리고 그 앞에 -- 나와 기차역을 가로막고 있는 -- 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지문인식기계가 신호를 깜빡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 엄지손가락을 기계에 갖다대자 '승인'이라는 글자와 함께 밝고 명쾌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문의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문을 열었다.

     수만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박수를 치고 환호하고 있었다. 웃음소리도 들렸다. 남자들이 웃는 것 같았다.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까치발을 들어 신입생이 누군지 확인하려고 했다. 곧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신입생'들'이였다. 한 남학생과 여학생이 얼떨결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재학생들 사이로 입장하고 있었다. 남학생은 영국 친구 같았고 여학생은 아시아계 친구 같이 보였다. 더 가까이 보려고 애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 순간 옆에 (정말 우연으로) 그레이스가 있었다.

"정말 이상하지 않아?" 걔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걔를 바라보았다.

"뭐가?"

"너가 왔을때는 신입생이 1명씩 오는 거였잖아."

"어, 그렇지."

"그리고 1년마다 신입생이 새로 왔구."

"맞아."

"근데 얘들은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온거고."

"그래."

     나는 두 신입생이 교관에게 끌려가듯 재빨리 방 안으로 밀어 넣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거기가 어디인지 알고 있다. 바로 신입생들이 처음 왔을 때 신원정보를 입력하고 학교 적응훈련을 시키는 곳이다. 신입생들이 들어가자 그 두명을 밀어넣은 교관이 우리에게 소리쳤다.

"이들이 마지막 신입생이다! 빨리 교실로 돌아가도록!"

     애들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순간 침묵했던 애들이 소리를 치고 웅성웅성거리고 있었다. 두 신입생을 태우고 여기로 왔었던 푸른 빛 은색 기차가 유유하게 기차역을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교관들과 애들에게 떠밀려 다시 복도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옆에는 언제 있었는지 그레이스가 붙어있었다.

"마지막 신입생이라니," 그레이스가 중얼중얼거렸다.

"그래도 다행이지 뭐. 더 이상 이렇게 떠밀릴 필요는 없잖아."

그레이스는 날 노려보았다.

"신입생이 없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넌 모르는구나. 뭐, 너도 여기 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

그레이스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궁금하면 저녁 수업까지 끝내고 내 방으로 와."

생활로그 (코드 : 203004052)

오늘 저녁식사는 맛이 없었다.
이상한 나물이 내 식판을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활로그 (코드 : 203004053)

여자 신입생이 우리 반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오기 무섭게 배우던 과목이 전부 바뀌게 되었다.
정말 충격적인 과목으로.

The Sprinters (스프린터) [Korean Ver.]Donde viven las historias. Descúbrelo ah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