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아, 여기야!!"복작거리는 영화관의 소음을 뚫고 들려오는 익숙한 음성에, 정국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만치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태형이 보였다. 주변의 눈치를 살핀 후, 정국은 태형이 앉아있는 테이블을 향해 걸음을 떼었다. 자신을 향해 고스란히 집중된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건지 모른척 하는건지, 정국만을 바라보는 태형의 표정은 그저 해맑기만 했다. 여기 앉아. 도착한 정국을 다짜고짜 제 앞에 눌러앉히며 태형이 말했다.
"꾹이는 오늘도 너무너무 잘생겼다."
"...큰 소리로 말하지 마."
"사실인데 뭐 어때. 부끄럼쟁이."
시선을 회피하던 정국의 눈에,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팝콘통이 들어왔다.
스으윽. 정국의 표정을 눈치챈 태형은 갑자기 표정을 굳히더니, 손가락 끝으로 슬쩍 팝콘 통을 밀었다. 급 진지한 얼굴이 된 태형을 정국은 멀뚱하게 바라보았다. 비밀 얘기라도 하듯 잔뜩 낮춘 목소리로 태형은 입을 열었다.
"들어봐 꾹아. 팝콘이 소금맛, 카라멜맛, 양파맛, 치즈맛 이렇게 있는데 꾹이가 뭘 좋아할지 모르겠드라구."
"..."
"근데 소금, 카라멜, 양파, 치즈 중 제일 몸에 좋은 게 양파잖아? 야채니까. 그래서 태태가 양파맛 팝콘을 샀어. 꾹이 건강해지라고."
이미 팝콘 자체가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은 완벽히 무시한 설명을 하면서도, 태형의 얼굴은 함부로 말을 붙이면 안될 만큼 몹시 진지했다. 그 외에도 더 있어! 그렇게 말하며 이제는 가방을 뒤적이기 시작한 태형을 정국은 말없이 바라보았다. 또 뭔가를 잔뜩 챙긴 건지, 안에서 연신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조잘조잘. 손만큼이나 부지런히 움직이는 입술을 열어 태형은 열심히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팝콘엔 콜라지만 꾹이가 싫어하니까 대신 스포츠 음료 샀어. 여기 포장지에 근육맨 아저씨가 꾹이 같더라고. 꾹이도 몸짱이니깐 이거 마셔."
"..."
"아, 그리고 이건 우리 엄마가 얼마전에 홈쇼핑에서 산 휴진데. 이게 슈퍼 휴지라서 흡수력이 짱짱이래. 꾹이가 마음이 따뜻한 남자라 혹시 영화보다가 눈물 흘리면 이거로 닦으라고."
"..."
"아아 맞다. 그리고 이건-"
"...야 그만 꺼내. 소풍 왔냐."
제 눈앞에 끝도없이 쏟아져나오는 잡다한 물건들을 보다못한 정국이, 그제서야 태형을 제지하며 말했다. 잠시 멈칫하며 태형은 정국을 바라보았다. 한쪽 손은 여전히 가방 깊숙한 곳에 밀어넣은 채였다.
"소풍같은 날이지. 우리 데이트잖아!"
"...또 이상한 소리 하지 너가."
"왜, 맞잖아. 비록 팀플로 맺어진 사이긴 해도 말야, 꾹아..."
태형은 가방에서 손을 뺐다. 그리고 그 손으로 대신 턱을 괴었다. 깜빡거리는 긴 속눈썹들 사이로, 검은 두 눈동자가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사람 일은 이래서 모른다고 하는 거야. 왜, 봐봐."
"보긴 뭘 봐."
"꾹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우리 벌써 세번째 데이트 중이잖아. 버거킹, 병원, 그리고 영화관."
"데이트는 무슨...그 깁스 때매 너가 하도 억지부려서 온거거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더 이상의 만남은 얄짤없다고 딱 잘라 선언했었던, 태형과 처음으로 팀플을 하던 날의 자신을 문득 상기한 정국은 기분이 요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맞는 말이긴 했기 때문이었다. 태형은 가끔씩 어딘가 신기한 구석이 있었다. 늘 바보같아 보이지만 때때로 그 안에서 보여지는, 놀라울 정도로 똑똑하고 진지한 모습이 정국을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태형 특유의 말과 행동은 특히나 더 그러했다. 큼큼. 짧게 목을 가다듬으며 정국은 태형에게서 눈을 떼었다. 시선을 돌려 대신 바라본 벽면 위론 커다란 스크린이 비춰지고 있었다. 화려하게 바뀌는 예고편의 장면들에 시선을 고정한 채, 정국은 애써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영화 뭐 봐야하는데."
"글쎄? 그냥 지금 시간에서 제일 가까운 거 보자."
YOU ARE READING
사차원 김태형과 CC가 된다는 것 -;뷔국
Fanfiction"이름이 뭐예요." "...예..예?" "이름, 이름이 뭐냐구요." "...전..정국인데요..." "헐 정국이요? 이름도...이름도 잘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