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셔 우히 주에가 머하거?"정국은, 똑바로 말했다면 '그래서 우리 주제가 뭐라고?' 일 말을, 햄버거를 입안 가득 문 채 저렇게 발음하고 있는 태형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팀플을 꼭 버거킹에서 해야겠다는 말에 웬 개소리냐며 거절했더니, 자신은 하루에 한번 꼭 버거킹을 먹어줘야 한다는 둥, 안 먹으면 두통이 생긴다는 둥, 이따 알바를 가면 먹을 시간이 없다는 둥, 그러고보니 그냥 버거킹 알바를 하면 좋았을 거라는 둥 온갖 연설을 늘어놓는 바람에 기껏 못이기는 척 와줬더니. 전생에 햄버거 못 먹어 죽은 귀신이라도 들렸는지 벌써 두개째를 게걸스레 입안에 우겨넣는 중인 태형을 보고 있자니, 나오는 것은 그저 빽빽한 한숨뿐인 정국이었다.
"주에 언데? 애 애기 아해?"
"다 처먹고 입 열든가 해."
태형을 대하는 태도를 (나름) 친절에서, 본래 성격에서, 무시에서, 다시금 본래 성격으로 바꾼 정국이 퉁명스레 말했다. 단칼같은 그 말투에도 태형은 뭐가 그리 좋은지, 그저 입가 옆에 마요네즈를 잔뜩 묻힌 상태로 헤헤 웃어보일 뿐이었다. 정국은 버릇처럼 미간을 조금 좁힌 채 생각에 잠겼다. 태형과 같은 수업을 듣게 된 것도 모자라 단둘이 같은 팀플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불행하게도 정말로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정국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결국 정국은 고민하던 끝에 주변 곳곳에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의 주변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인물들이 많이 없었다. 동성동본이라고 위조하라느니, 여장을 하고 다니라느니, 못생기게 성형을 하라느니 하는 말도 안되는 소리들 중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 사람이 한명 있었으니 그것은 윤기였다.
'그냥 니 평소대로 해. 너 성격이 워낙 더러워서 애도 초반에만 치근대다 지쳐 나가 떨어질걸.'
비록 조언을 빙자한 디스 같긴 했지만, 자신의 평소 말투가 꽃향기가 나는 편이 아니란 것은 확실히 알고 있었기에 정국은 쿨하게 윤기의 말을 인정하고 따르기로 했다. 그래, 아무리 사차원이라도 인간은 인간이고, 인간은 한계의 동물이었다. 언젠가는 불통으로 일관하며 능글맞게 들이대는 데에도 한계가 생길 거란 의미였다.
"-끄억."
"아이, 씨-"
"어?"
"발."
"씨발? 욕해도 섹시하네 꾹이는."
...비록 지금 당장으로선 별 가능성이 없어보이긴 해도 말이다. 정국은 입술을 잘근거렸다. 뭐가 어쨌든 한번 팀이 정해진 이상 팀플은 끝내야 했으니, 여기서 태형이 더 이상 추근덕대지 않게끔 하는게 정국으로선 지금 세울 수 있는 최소한의 목표였다.
"제출 형식은 보고서랑 발표용 피피티 두 개야."
태형이 햄버거를 다 먹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정국이 말했다. 툭하면 딴소리를 해대는 태형의 입을 미리 막기 위해서였다. 태형은, 고개만 설렁설렁 끄덕이며 온갖 음식물이 묻어있는 햄버거 포장지를 쟁반 한쪽에 구겨놓는 중이었다.
"주제는 행위 예술의 역사고."
"꾹이랑 어울리는 섹시한 주제네."
"...대체 뭐가?"
"행위란 단어도 섹시하고, 예술이란 단어도 섹시하잖아."
"..."
"물론 제일 섹시한건 꾹이지만."
쟁반을 옆으로 밀어버린 뒤, 손가락에 묻은 패티 소스를 쪽쪽 빨며 그렇게 말하는 태형의 얼굴은 천연덕스러웠다. 그런 태형을 무시하며 노트북 뚜껑을 열던 정국은, 순간 무언가 생각난듯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도로 뚜껑을 닫았다. 지금 이 사태를 만들어낸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갑작스레 막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러고보니까 너."
"응, 꾹아."
"팀은...대체 어떻게 짠거야?"
"아, 그거야 쉽지 뭐."
태형은 빨고 있던 손가락을 뺐다. 그리고 정국을 향해 웃어보였다. 열심히 집어먹었던 감자튀김 기름 때문인지, 선홍빛 입술이 빛을 받아 반딱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태태 완전 잘생겼잖아."
"..."
"완전 깜찍하고."
"..."
"미인계 썼지. 교수님한테. 꾹이랑 팀 시켜달라고."
"...뒤지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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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차원 김태형과 CC가 된다는 것 -;뷔국
أدب الهواة"이름이 뭐예요." "...예..예?" "이름, 이름이 뭐냐구요." "...전..정국인데요..." "헐 정국이요? 이름도...이름도 잘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