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는 ...
길고 구불구불한 신작로길을 미동도 하지않고 하루종일 쳐다보고 있다.
혹시 어머니가 오시나 한겨울이 되면 서울로 자식들 내복이라도 사주려고 허드렛일을 하러가신 어머니가 혹시 저길을 걸어 오늘은 오시려나, 그렇게 길과 만났다.
저길은 가을이 멋졌다 . 길가에 하늘하늘한 코스모스가 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상여가 지나갈땐 구성진 노래가락 때문에 눈물이나고, 달구지가 지나갈땐 힘겨운 소에서 내 뿜는 하얀 거품이 마음을 찡하게하고, 책보를 등허리에 삐두러지게맨 아이들이 서로 재잘거리며 걸어올땐 온동네가 잔치분위가 된다.
아름다운 어머니는 저길로 자식에게 줄 선물을 보자기에 싸가지고 머리에 이고선 힘든줄 모르고 단숨에 달려온다.
소녀는 노래를 불렀다.
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 구름이 걸려있네........
길은 발바닥을 붙여 살아도 잡을줄을 모르는 바보같다.어쩌다 술취한 사람송장 누워있기도 한다.심심한데 돌뿌리 몇개 깔아 넘어질때 뽀뽀라도 한번 해보지.
아버지가 그저 삽자루 들고 만든 신작로길은 넘어질때도 없네.
소녀는 언젠간 저길을 걸어 돌다리도 건너고, 언덕배기도 넘어가고,독바위에 앉아 쉬기도 하며, 솔가지에 걸터앉은 학을 타고,머나먼 길을 가겠지.혹시 알아 친구라도 생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