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저는 다녀올게요"
"다녀와요~ 호호"
문을 열고 클레어를 잠시 본 후 밖으로 나갔다.
금방 돌아 올 거라서 짐은 소소하게 꾸렸다.
왼손엔 가방을 오른손엔 화단에서 키운 꽃을 들고 마을로 향했다.
오랜만에 걷는 길이였다.
가방을 들고 가자니 처음 그의 집으로 갔던 일이 생각났다.
마을로 되돌아가며 처음 이 길을 걸었을 때를 회상했다.
차를 타고 영화관으로 와서 그를 보고, 그를 따라와서 그의 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원래 주인의 집에서도 나름 나쁘지만은 않은 삶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아니었다.
현재의 일상이 너무 좋았다. 에녹스와 하이슨과 같이 있던 생각을 하면 입가에 웃음이 났다.
숲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햇볕은 따사로웠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모른 채 나는 그때 마냥 웃고 있었다..
얼마나 괴로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죄책감에 시달리고 나만 이렇게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에 대해 너무 슬프고 원망스러웠다..
숲길이 머지않아 끝나고 오랜만에 보는 영화관의 뒷모습이 보였다.
"3주 만인가..?"
바람이 불었다.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아니네, 저번에도 왔었지"
미쳐 깨닫지도 못 한 채..
영화관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고 나니 전 주인의 저택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길을 걷다 보니 나무 아래에 차가 주차되어있었다. 이상했다.
수상했다.. 이 길은 주차금지 길이라 주차를 할 수가 없는데 차가 정지되어있다니..
난 가까이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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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았으면 좋았을껄...
왜 간 거야? 의심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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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에 주차된 노란 차는 한쪽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아니, 차가 나무에 들이받은 것.이라고 정정해야겠다.
조수석 쪽은 아예 뭉개져 있었고 운전석 쪽의 차 문은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였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던 걸까? 도대체 누가 이런..
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고, 사람들이 말하는 촉이 왔다.
나는 1초의 생각도 안 하고 바로 저택으로 달려갔다.
'아니야.. 아닐 거야... 내가 생각하는 그게 아닐 거야. 그냥 교통사고 인것이겠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차 트렁크에 난 발톱 자국은 내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연상시켰다.
숨이 가파르게 열심히 달려서 도착한 저택.
"하아..하아.. 이.. 이럴 수 가..."
나는 내 두 눈으로 목격한 광경을 믿고 싶지 않았다..
부서진 대문과 동상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문들은 모두 망가져 있었고, 건물 외부와 정원에는 붉은 핏자국이 튀겨있었다.
"이... 이게... 무슨.."
너무 끔찍했다.. 나는 들어가지도 않고 발걸음을 돌려 마을 시내로 향했다.
시내로 향하는 길 내내 나는 떨리는 내 몸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공포. 그 자체였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보게 된 노란 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을 해버리고 말았다..
"으..으아악!!!!!!"
난 주저앉아 버렸다.. 마을은.. 저택보다 훨씬 더 심했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 건물마다 튀겨져 있는 피.. 악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