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76 12 1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었다.

"어 시은이니? 오랜만이네."

선생님 말대로 오랜만이었다. 그 공간, 방안에 있는 의자들. 의자 옆에는 휴지 한 박스가 항상 있었다. 학생들 보다는 선생님이 더 많이 쓰셨지만.

"여기 앉아볼래?"

문을 닫고 선생님과 제일 먼 의자에 앉았다.

"요즘 어떻게 지내?"

"그럭저럭 잘 지내요."

"가족이랑은?"

"아빠랑 동생이 이민가서 엄마랑 잘 지내고 있어요"

"아 그렇구나. 병원은 다니고 있니?"

아 더럽게 많이 물어보네

"아니요. 한번 가고 다시 안갔어요."

"음...."

그렇게 쌤은 한참을 머뭇거리시다가 입을 여셨다.

"내가 오늘 널 부른건 말이야..."

또 시작이네

"요즘따라 몸이 너무 핼쑥 해져서 말이지. 밥은 제대로 먹고 있는거지?"

아 진짜 별걸 다 신경쓰네

"네 잘 먹고 있어요^^"

"아 그럼 다행이구. 혹시라도..."

"선생님! 쉬는 시간 끝났는데, 저 다음 시간 늦으면 혼나요 ㅜ"

"어 그래그래 다음에 또 보자"

그럴일은 제발 없었으면 좋겠네요.

우리 학교에 상담 선생님이자 도덕쌤이다. 몇년전에 상담 선생님이 상담 핑계로 수업을 쨀 수 있게 해준다는 소리를 듣고 몇번 가서 자신에 대해 조금 털어놓은게 오히려 독이 된건지 그 후로 가끔씩 부르셔서 저렇게 말하고 싶지 않은걸 물어보시곤 하셨다. 틀린말을 하신건 아니다. 최근따라 살이 빠진건 사실이었고 그거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시지는 않으셨지만 생각하신는것도 아마 맞으셨을거다. 난 항상 공복의 상태를 유지했다. 다이어트는 아니었다. 오로지 먹는게 싫어서? 그건 더 아니었다. 마음의 허함을 배의 허함으로 잊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을까? 잘은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

17세의 나는 들여다 보기 힘들었고 이해하기 힘들었고 모두에게 불편한 상대였다. 나의 몸은 항상 비어있으면서 꽉 차 넘쳤다. 그렇게 나는 불안정한 상태로 열여덟이 되었다. 가장 꽃다운 나이. 가장 행복해야 하는 나이. 열여덟.

Dilemma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