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 틈 없이 겉옷을 벗어 결이의 팔을 감싸 묶었다. 그러자 결이가 입을 열었다.
결 - "너무 어두워."
"밤이니까 그렇지 멍청아"
결 - "너무 어두워. 밤이든. 낮이든. 항상. 모든 게. 캄캄해."
결이는 숨이 가쁜 마냥 이 단어들을 모두 끊어서 말했다.
우리는 또다시 한참을 아무 소리 없이 있었다.
결이는 자기가 아주 커다란 상자 안에 갇혀있다고 했다. 햇빛 한줄기 없는 상자 안에 혼자. 암흑과, 외로움과 온갖 것들이 자기를 감싼다고 했다.
"무서워. 길을 걷는데 앞이 안 보여. 분명 내 옆에서 누가 말을 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안 들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더 이상 모르겠어. 내 앞에 누가 있어도.."
결이는 고개를 들어 텅 비어있는 눈동자로 나를 보며 말했다.
결 - "난 항상 혼자야."
뭔가 아팠다. 나는 나와 항상 결이와 함께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결이로 인해 조금이지만 나아졌지만 결이는 아니었다. 그럼 나는 뭐였지. 나는 결이에게 무얼 해줬지. 모든 게 나의 착각이었다. 결이와 나의 사이가 특별했다는 것도. 내가 결이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살만하게 했다는 생각도. 모든 게 무너졌다. 너무 아팠다.
결 - "나 좀 꺼내줘. 살려줘.."
결이의 절규가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내가 꺼내줄게. 내가 너랑 같이 있을게. 내가 항상 니 옆에 있을게. 너가 보이고 들을 때까지 내가 절대 안 떠날게. 결아 제발.."
결이가 일어났다.
결 - "가자. 늦었다. 데려다줄게."
내가 조용히 끄덕였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결이가 겉옷을 돌려줬다.
결 - "이거 더럽혀져서 어떡하지..."
"괜찮아"
결이가 머뭇거리며 조심히 말했다.
결 - "..... 미안해."
나는 아무 소리 없이 결이를 향해 살짝 웃고 집에 들어갔다.
.
.
.
.
.
다음날 아침 집을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던 단비를 만났을 때 단비는 충격 그 자체인 표정이었다.
단비 - "야 너..!"
새벽에 운거 덕분에 부을 대로 부어있는 얼굴을 가리려고 나는 고개를 움츠렸다.
단비 - "하룻밤 사이에 면상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어우"
"야!!"
단비 - "ㅋㅋㅋㅋㅋ 빨리 가자. 한결 기다리겠다."
평소 같으면 단비 손에 놀아났다는 생각에 괘씸하고 어떻게 복수할지를 생각했겠지만 그날은 달랐다. 새벽에 그렇게 결이와 헤어지고 나서 결이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됐다. 아직도 마음이 복잡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단비와 걷고 있을 때 결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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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lemma
Romance낭떠러지 끝에 있는 서로를 구할 수 없다면 우리 같이 뛰어내릴까? 서로의 비슷한 모습에 끌려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는 시은과 결. 하지만 그 빛도 꿈에서만 존재할 뿐, 둘은 곧 꿈에서 깨어나 마주칠 운명을 알지 못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