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바이올렛과 테오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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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는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내었고 내가 봤다는 걸 눈치챈 듯 결이는 잽싸게 팔을 등 뒤로 감췄다.

굳이 물어볼 필요 없이 알 수 있었다. 어떤 상처였는지.

"그럼 난 단비가 기다리고 있어서 갈게. 다음에 또 봐."

들켜서 당황한 표정이었는지 내가 아무것도 안 물어봐서 의아한 표정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결이를 뒤로한 채 나는 교실로 향했다.

새 학교 첫날에 헤매고 있던 어린 양을 거둔 덕분인지 현우와 결이는 급 속도로 친해졌고 현우와 유정이의 끈끈한 우정 덕분에 우리와도 금방 친해졌다. 집으로 가는 방향도 나랑 단비와 같아서 학교가 끝나면 셋이서 집도 같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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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현우 - "야! 나왔다"

우리 다 알아.

문이 열릴 때 쾅 소리 나는 건 현우 너밖에 없거든.

유정 - "아 미친놈아 문 좀 살살 열어. 너 땜에 우리 반 문 부서지면 니가 물어낼 거냐?"

역시나 만나자마자 시비부터 거는 유정이었다.

현우 - "뭔 개소리야 내가 왜 니네 문을 물어내. 유시은 니는 요즘 어째 꾸준히 여기 있다?"

가볍게 유정이를 무시하고 대화 주제를 바꾸는 현우였다.

"내 교실이 여긴데 그럼 어딜 가냐?"

현우가 바꾼 대화 주제가 나였다는 게 문제였지만.

현우 - "아니 왜 니 한동안 맨날 상담쌤한테 간다고 수업까지 째고 그랬잖냐"

유정 - "야 닥쳐라."

유정이와 단비가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현우 - "아 뭐 맨날 나한테만 닥치래. 결이한테는 아무 소리 안 하면서."

옆에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던 결이가 고개를 들었다.

유정 - "결이는 말을 안 하고 있잖아 븅신아. 뇌라는 게 있으면 생각을 좀 해 제발."

그렇게 유정이와 현우의 데일리 배틀은 시작되었고 나는 소리는 막지 못할지언정 눈이라도 편하자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결이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결이는 조용한 아이였다. 목소리가 이상하거나 말을 못 하는 건 아니었다. 결이가 입을 열 때면 정말로 천사가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언제라도 우릴 잠에 빠트릴 거 같았고 그 덕에 인기도 전학 온 지 며칠 만에 여자애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았다. 결이는 그걸 모르는듯한 눈치였지만.

그때의 버터칩 추격전 후로 우리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결이 팔에 상처에 대해서 서로 묻지도 알려주지도 않았다. 나는 그때 아무것도 보지 못한 거였고 결이도 그냥 그러려니 한 것 같았다.

유정 - "야 유시은 내 말 듣고 있냐"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결이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결이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덕에 우리는 유정이와 현우가 우리를 부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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