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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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나는 눈을 감고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피부로 숲을 느꼈다.

숲의 차가운 공기부터 멀리서 들려오는 새 소리까지 전부다 감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조용히 서 있자 그녀의 예민한 감각에 사냥감이 걸려들었다.

눈을 뜬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역시, 숙련된 감각은 어디 안 가는군.'

휙.

그녀는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나무에 올라 사냥감의 위치를 파악했다.

'숲에서는 나무 때문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기 힘들다.'

특히 나무가 촘촘하게 나 있는 울창한 숲이 가장 힘들다.

'움직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 사실을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리나는 나무로 이동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슈욱.

거침없이 나아가던 그녀의 눈에 끝이 뾰족한 나뭇가지가 보였다.

'무기가...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군'

그녀는 나뭇가지를 꺽었다.

조금 더 이동하자 그녀의 눈에 사냥감이 있는 나무가 보였다.

적당한 거리까지 다가온 그녀는 힘을 실어 나뭇가지를 던졌다.

콰득.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나뭇가지는 나무에 있던 뱀의 머리를 관통했다.

나뭇가지에 머리가 뚫린 채 나무에 박힌 뱀은 꿈틀거리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나무에서 내려왔다.

'체력은 조금 떨어진 것 같지만 실력은 그대로군.'

만족스러운 결과에 작은 미소를 보이며 이리나는 뱀이 확실히 죽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는 궁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무를 올랐다.

***

요즘 어린 시녀는 이리나 왕녀님이 낯설었다.

기억을 잃고 다시 깨어나신 왕녀님은 마치 딴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항상 아름답지만 겁이 많았던 예전의 왕녀님이 얼핏 기억났지만 지금의 왕녀님 과는 많이 것이 달랐다.

지금의 왕녀님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항상 무표정을 하고 계셨다.

시녀는 왕녀님이 어디 아프신 건가 확인하려고 했지만 왕녀님은 귀찮으신지 손을 파리 쫓듯이 저을 뿐이었다.

게다가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 왕족 다과회 이후로 창밖을 보면서 멍 때리는 일이 잦아지셨다.

생전 찾아오지도 않는 왕태자 전하께서도 요즘은 자주 찾아오신다.

"하지만 그때마다 왕녀님은 매번 정원으로 산책을 나가시지.."

시녀는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왕태자 전하께서는 왕녀님과 가까워지고 싶어하시는 것 같던데..'

시녀는 왕태자 전하가 왕녀님을 찾는 이유를 얼핏 알 것도 같았다.

'헤헤,우리 왕녀님이 좀 많이 멋있잖아'

어린 시녀의 눈에 왕녀님은 멋진 여자였다.

당당하고 자기 주장을 확실하게 밝히는 여성은 정말 흔치 않았다.

그런 만큼 시녀는 자신의 주인이 그런 여자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그래서 시녀는 왕녀님께 도움이 되고 싶었다.

왕녀님이 약하신 분은 아니지만 그래도 돕고 싶었다.

하지만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어,어쩌다가 그렇게 되신 건가요?"

왕녀님의 손목이 빨갛게 부어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말까지 더듬은 시녀는 서둘러 왕녀님의 손에 얼음 주머니를 얹었다.

'고작 정원에 잠시 나갔다 돌아오신 것 같은데..'

속상한 나머지 눈가가 붉어진 시녀는 천천히 수건으로 왕녀님의 손목을 감쌌다.

11번째 삶에 왕녀가 되었다.Tempat cerita menjadi hidup. Temukan seka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