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녀님, 정말 아름다운 드레스에요!"
이리나의 시중을 들던 어린 시녀는 그녀가 입을 드레스를 조심스럽게 포장된 상자에서 꺼냈다.
"그러니?"
이리나는 무표정인 얼굴로 대충 대답했다.
며칠 전 이리나는 왕족 다과회 때 입을 적당한 드레스를 고르기 위해 시녀를 시켜 옷장을 뒤졌지만 옷장에 있는 드레스는 전부 유행이 한참 지난 드레스들 뿐이었다.
드레스는 아무리 고급 재질이라도 디자인이 유행에 뒤쳐지면 쉽게 비웃음을 산다.
예전에는 유행의 영향력이 크다고 해서 비웃음을 살 정도는 아니었지만 시대가 바뀐 지금은 치명적이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귀족의 몸에 빙의 했을 때는 여자들도 옷차림에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건만, 갈수록 쓸대 없는 사치를 많이 부리는군'
여러 귀족 영애들은 드레스에 목숨을 걸었고 유행을 반드시 따랐다.
그렇기에 왕녀라면 기본적으로 유행을 이끌어 갈 수 있을 수준의 감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이미 2왕녀 리자벳은 에덴라의 사교계를 제 입맛대로 다스리고 하고 있는 상태이니 리자벳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드레스를 입어야 말에 무게가 생길테지'
쓸쓸 하지만 이 시대에 드레스 없는 여성은 사람으로 취급 받지도 않는다.
그 덕분에 결국 이리나는 예산을 긁어모아 새 드레스를 주문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째 시대가 변할수록 드레스 값은 더 오르는 것 같군.'
"왕녀님,정말 아름다워요!"
어린 시녀의 외침에 이리나는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에 비친 그녀는 원래에도 뽀얀 피부와 푸른 빛이 감도는 긴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눈을 강조하는 화장을 하고 정면을 바라보니 긴 속눈썹이 돋보이며 무심하고 차가운 인상을 주었다.
그녀는 오랜만에 화장을 한 자신의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정말 귀족에게 빙의 한 것도 오랜만이군 '
그녀가 입은 남색 계열의 단아한 드레스는 차가운 그외모와 어우러져 신비하고 기품 있어 보였다.
거울을 마주한 이리나를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던 어린 시녀는 불현듯이 말했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래?"
무심하게 대답하자 어린 시녀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네,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분위기?"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 어린 시녀는 손을 흔들며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예전에는 항상 분위기가 순하고 어딘가 순종적이셨는데 지금은 뭔가 기품이 느껴져요!"
".....예전에 나는 어땠니?"
그녀의 질문에 어린 시녀는 대답하려고 입을 열다가 갑자기 다시 다물었다.
"......?"
당황한 시녀는 입을 다시 열었다.
"어? 기억이 잘 안나요. 흐릿하게는 기억하는데...."
"......."
"이리나 왕녀님이 원래 어떤 분이셨지?"
어린 시녀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스스로도 헷갈리는지 머리를 짚는 시녀를 바라보며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러 기억할 필요는 없단다 .어떤 건 잊어야 하니..."
마지막 말은 작게 중얼거린 탓에 듣지 못했는지 시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웃으며 밝게 대답했다.
"네"
새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장식 하면서도 이리나는 얼굴에 씁쓸한 미소를 지울 수 없었다.
'그래, 나는 원래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이자 변수야. 이제 와서 그게 바뀔 일은 없잖아?'
"정말 아름다워요!"
ČTEŠ
11번째 삶에 왕녀가 되었다.
Romance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빙의를 반복해왔다. 그리고 그녀의 11번째 삶, 항상 무시 당해왔던 왕녀의 몸에 빙의했다. 하지만 이번 삶은 뭔가 좀 이상한 것 같다. '유난히 남자들이 많이 꼬이는 것 같은데..기분 탓이겠지?' 빙의한 몸의 남동생인 왕태자, 우연히 만난 녹색 머리의 미남 그리고, 제국의 2황자 와 재능을 숨기고 있는 공작까지 . 온갖 미남들이 그녀에게 다가오는 와중에 유난히 한 남자가 눈에 거슬리는데. '10번의 삶을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