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밤의 무도회 2

4 1 0
                                    


"이제야 진짜 너 같아 이리나"

".....?"

왕태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의문에 답했다.

"너에게 존댓말은 어울리지 않거든"

"......"

어느새 이리나와 왕태자는 중앙에서 춤을 추는 귀족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 있었다.

댄스 플로어에 이리나 왕녀와 왕태자가 함께 등장하자 연회장 안이 술렁거렸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거슬려 그녀는 왕태자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왕태자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그녀의 허리를 잡아 이끌었다.

"조금 늦었지만 나와 춤을 춰줄래?"

왕태자는 얼굴을 붉힌채 그녀를 응시했다.

"......"

'원래의 이리나 왕녀에게도 이렇게 굴었나?'

당황스러운 기분이 든 이리나는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미안하지만 싫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

"....왜?"

"우린 이미 댄스 플로어에 들어왔잖아.."

"........"

'이런, 귀족 예법에 댄스 플로에 들어오면 무조건 춤을 춰야 한다는 규정이라도 생긴 건가?'

그녀의 예상이 맞은듯하다.

귀족들이 그들을 의아하다는 모습으로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왕과 이야기를 나누던 왕비도 그들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댄스 플로어 정중앙에 춤을 추고 있지도 않은 어정쩡한 모습으로 서있는 둘의 모습이 거슬렸는지

양옆으로 춤을 추고 있던 귀족들조차 그들을 째려보고 있었다.

" 이번만 어울려 주도록 하지"

그녀의 한숨 섞인 말에 왕태자는 밝게 웃었다.

'지금 고민하기에는 이미 늦은 감이 있지만, 이 남자 원래 리자벳이랑 춤추기로 하지 않았나?'

의문이 들어 리자벳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니 역시나 리자벳은 있는 힘껏 그들을 째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건 왕태자가 아무런 말도 없이 벌인 일 인 듯 하다.

왕태자는 그 와중에 열심히 음악에 맞춰가며 그녀를 리드했다.

그의 동작에 맞게 그녀는 발을 움직여 가며 능숙하게 춤을 췄다.

아름답게 물결치는 그녀의 드레스를 바라보던 왕태자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춤을 잘 췄어?"

무표정을 유지한 이리나는 그의 말에 답했다.

"그대는 참 궁금해 하는 일도 많군"

그녀의 차가운 말투에 왕태자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대답하기 싫으면 그렇지 않아도 돼"

"......"

"누가 싫다고 했지? 나는 그저 너와 엮여서 이득이 될 일이 없기 때문에 귀찮은 것 일뿐"

그녀의 무심한 말투와 날카로운 목소리에 왕태자는 당황했다.

"그럼, 너에게 귀찮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그의 말에 이리나는 고의로 날카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간단해,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거야"

".......!"

왕태자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휘청.

당황한 그의 스탭이 흔들렸다.

이리나는 그런 그를 한심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고작 그런 말에 흔들릴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

이리나는 침착하게 다음 스탭으로 넘어가면서 그의 실수를 가려주었다.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해줘야 되는 건지'

그를 도운 그녀가 한심스러워 한숨을 쉬고 있자 댄스 곡이 끝이 났다.

11번째 삶에 왕녀가 되었다.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